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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learning to live with a lot of things" - 다양하게 사는 법을 공부하는 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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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7월 17일
그루지 (Grudge)

내용 까발림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나 아직 이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읽을 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그루지 (GRUDGE) : 2004 - ★★1/2

감독 : 시미즈 타카시
주연 : 사라 미셀 겔러, 제이슨 베어, 이시바시 료, 빌 풀먼 등등.

한 문장 평 : 어째 미국 자본으로 만든 오리지날의 동인영화 같다는 기분.

[담배 불 좀 빌려주슈.] - 가장 유명한 첫번째 귀신 등장 장면
 - 비디오 판으로 시작해서 극장영화 두편이나 제작된 주온 시리즈가, [이블 데드]로 저예산 호러 영화계에서 한 이름 남겼으며 스파이더맨으로 메이저급에 도달한 샘 레이미 감독이 프로듀스해서 리메이크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사실 호러 팬들 사이에선 상당히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작품 자체는 물론 그 관심에 걸맞는 가치는 일단 있다고 본다. 완성도를 떠나서 이런 리메이크 자체가 그리 흔하다고 할 건 아니니까.
  문제라면, 이런 식의 외국에 의한 리메이크 영화가 가지기 쉬운 약점에 다 빨려들어갔다는 것일까. 어떤 의미론 서양 관객들의 동양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을 자극하는 면모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 문제다. 일본판 주온 시리즈와 관련이 없으면서도 정작 내용 자체는 일본판 주온 시리즈와도 이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다 보는 게 좋긴 하겠다. 문제라면 일본판 주온 시리즈를 본 사람에겐 어째 같은 내용 갖고 배우만 서양 애들로 바꿔서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기 쉽다는 점일까.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무섭다면 무섭지만, 그 이상의 뭔가 새로운 시도 따위는 전혀 없다.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 위해 더빙이나 자막을 쓰지 않고 다른 나라 출신 배우를 써서 다른 버전이 나왔던 1930년대의 드라큐라 영화 같다는 느낌이랄까. 다행이, 배우들은 꽤 잘 뛰어줬고, 일본이란 나라에서 고생하는 서양인들이란 것은 미묘하게 국민감정적인 것을 자극해서 고독함과 동시에 고립된 느낌의 막막함을 통해서 약간 호러적인 표현에 좀더 힘을 싣게 한다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일 것이다.

 = 일단 이 영화와 비슷하게 일본 원산 호러의 미국식 리메이크 판이었던 링 시리즈는, 철저하게 무대부터 등장인물에 내용까지 전부 미국식으로 고쳐버렸다. 다만, 샘 레이미는 원판에 대한 오마쥬인지 몰라도, 일본이나 동양권에서 특히 강한 개념인 원념과 원귀가 집에 붙었다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미국식 귀신들린 집으로 바꾸기 보다는 그냥 일본에서 로케를 해버리는 식으로 배짱 좋게 진행해 버렸다.
  사실 미국에서 일본식 원귀가 돌아다닌다면 어색하게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런 데서 분명히 문화적 차이가 느껴질 지도 모르는 것이니, 아예 일본 현지에 살고 있는 미국인이 주인공으로 바꿔버린 것은 나름대로 꽤 도전적이자 적당한 눈가림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전세계에 퍼져있는 도서전설 비슷한 것이며, 일단 서양식 전자문명국 이라면 보통 누구에게나 익숙해 버릴 비디오 테입이란 소재를 활용한 링이, 무대를 미국으로 바꾸는 데에는 더 쉬웠을 것이다. 그래선지 몰라도 이 영화는 일본 배경에 미국인이 나오는 꽤 괴한 느낌의 영화가 되었는데, 그 덕분에 이 영화는 오히려 보편적인 맛은 떨어져 버렸다고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 만약에 실사판 월희를 만든다면 '알퀘냥' 역으로 꼽고 있던 사라 미셀 겔러가 진짜 일본에 와서 찍어버린 영화라는 게 참 신기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이 장면을 보고나서, 나는 색욕마인 시키와 알퀘냥이 침대에서 뒹구는 걸 떠올려 버렸다. 아아, 어쩔 수 없는 더러운 망상의 부산물. 게다가 이 영화에선 하얀 목티를 입고 나오는 지라, 어떤 의미에선 노렸다~ 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뭐 그냥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 라고 생각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최소한 샘 레이미는 아니어도, 적어도 시미즈 타카시는 (TV애니판이라도) 월희를 봤다~에 올인한다. 뭐랄까, 백치의 흡혈공주가 진짜 존재해서 현대 일본 사회 속에 들어선다면 저런 낯선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뭐, 이걸 보고 나니 시키가 흡혈 공주를 그어버렸어도 외국인 혐오로 오해받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썰렁).
  TV 시리즈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에서 귀신이나 마물들을 두들겨 패던 여자가, 비명 지르지 않는 호러 퀸으로 되돌아 온 것이 어떤 의미론 어색하기도 하고, 어떤 의미론 재미있기도 하다. 적어도 이 여자는 귀신을 처음보고서 완전히 맛 가지는 않은 것이 나름대로 강한 건가 싶기도 하고. 서투른 일본어 발음은 그렇다 쳐도, 영화 곳곳에 꽤 재미있는 장난을 쳐놓은 것들이 그럭저럭 먹히긴 한다는 기분.
  게다가 카메오인줄 알았더니, 나름대로 꽤 중요한 조역이었던 인디펜던스 데이의 열혈 대통령 으로 유명했던 빌 풀먼. 이 아저씨는 스페이스 볼에서도 꽤 괜찮았는데, 여기선 느끼한 바람둥이 비슷하게 되어버려서 느낌이 묘하다. 중요한 건 이 아저씨도 사건 발단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 아저씨의 자살 장면이, 나중에 귀신 들린 집 안에서 사라 미셀 겔러가 보는 과거의 환상과 뒤섞여 연결되면서 비로소 이 영화는 하나의 완결된 줄거리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이 영화를 받아 들이는 관객이 얼마나 재대로 이해할 수 있을 지는 누구도 장담 못할 일일 것이다. 사람에 따라선 사라 미셀 겔러와 다른 백인 여자 피해자를 구분 못하는 사람도 많아서 좀 어이 없었다. 대체 무슨 눈으로 영화를 보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 서플 디스크에 들은 한국판 티저 예고편은 꽤 재미있다. 시사회 현장에서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찍어 놓은 모습이 은근히 재미있다. 이런 식으로 공포의 전도라는 개념에 있어서, 이 영화는 그냥 놀라게만 만들고 있지만, 그게 아무래도 외국와서 고생하는 서양인이라는 것이 미묘하게 받아 들여지기 때문일까.
  사실 이 영화가 그렇게 까지 고난이도로 잘 짜여진 호러라곤 못한다. 철저하게 쇼커에 몰두한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후반부의 설명이 '정서적'인 반향이기 보다는 그냥 왜 놀래야 하고, 왜 이 집에서 귀신이 나오는 지에 대한 설정 이상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헐리우드 링처럼 신파 가족주의로 재해석하기는 좀 애매하기도 했겠지만 말이다.
  결국 이 영화는, 심리적이라기 보다는 어떤 의미론 뻔히 보이는 '귀신 쇼'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영화에는 오리지날 주온에서 조금 부족했던, 철저하게 스토리의 앞 뒤를 짜맞추는 '영화 속 회상 장면 남발' 기법이 뻔하지만 기막히게 삽입되어 있어서, 보는 사람에게 있어서 미묘한 정서를 자아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귀신 들린 집' 그 자체가 기억하고 있던(?) 사건의 전모가, 다시 집에 도착한 사라 미셀 겔러를 통해서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듯이 묘사되는 장면은 나름대로 도전적이다 싶기도 하다.

 = 영화 자체는 적당히 보는 재미는 확실히 있다. 깊이 있는 호러라기엔 약간 부족하다 싶기도 하지만, 원작 주온 자체가 이야기나 설정은 덤이고 철저하게 쇼크 장면 중심이었던 영화라는 인상을 갖고 있는지라, 이 쪽은 소위 서양에게 '원귀'라는 정서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인지 누가 어떻게 집에서 죽었고 그런 것들이 자세히 설명되어 버리는 마지막 부분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도 영화 전반적인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기분. 뭐, 마지막 장면에 '아직 안끝났다' 식의 첨부도 지나치게 뻔한 공식적이란 느낌이라서 아쉽다.
  그래도 여름 밤에 한번 정도 시간 때우기로 볼 정도는 되니 다행이라면 다행인 영화이다. 다만, 결국 이 영화로는 역시 조금 부족하다는 기분. 가능하다면 일본판 주온도 전부 다 보길 바라는 바이다.

-= 관련글 =-
Ring two (링2 : 미국판)

by DAIN | 2005/07/17 10:57 | 영상문화매체 잡담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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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reki at 2005/07/18 13:19
아! 확실히 주인공이 귀신들린 집에서 과거를 보는 장면은 꽤나 잘찍은것 같아요.

다만 '그루지'를 보고나니까 일본판 주온을 보기가 힘들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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