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건 싫건 간에 한국의 80년대 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출판사 '다이나믹 콩콩'의 업보 중 하나로, 이런저런 일본만화와 각종 일본 문물들이 들어와서 많은 아이들을 홀리곤 했었다.
일단 그 때에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로 등장했던 게 '모델건 삼총사'라는 만화가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보면 '초딩 이세계 난입 깽판물' 인데, 모델건… 즉 장난감 총 갖고 노는 데에 목숨을 걸었던 초등학생(일본이니까 소학생…) 3명이 어느날 이세계에서 악의 조직 제우스에게 쫓겨서 우리의 세계로 워프해온 과학자를 구하게 되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다른 세계에서 워프해온 과학자 브로켄 박사가 있던 이세계는 놀랍게도 '특정 파장의 음파'가 굉장히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
솔직히 그렇다면 종만 댕댕 쳐대도 거의 무적이 아닐까 싶긴 한데, 하여튼 세부적인 사항은 다 집어치우고 결국은 모델건으로 빵빵 쏴대기만 해도 그 총의 음파가 그 세계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란 것이다. 그래서 모델건에 능숙한 세 아이가 시공 점프를 통해 이세계의 비밀 요원 비슷하게 활약하게 된다는 매우 단순무식하면서 꽤 직접적이고 엽기스러운 컨셉의 만화이다.
사실 007영화 같은 폼나는 첩보원이나 전장의 군인 같은 것을 동경했던 때가 있던 소년이라면 이 만화의 그 뻔뻔하고도 직접적인 컨셉은 거의 한가운데 직구 수준이긴 하다. 그리고, 물론 실제로 이 만화는 그냥 '모델건 판촉 만화'에 가깝다고 할까.
뭐, 적당히 밀리터리적인 분위기와 짤막한 상식을 애들 대상으로 가볍게 풀어 놓으면서 이런저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갖고있는 모델건 개조 기술이나 이런저런 밀리터리적 및 장난감적 상식 등등이(…모델 건에도 방수는 필요하다거나) 잘 활용되는 시츄에이션이 의외로 꽤 리얼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 응 잠깐. 나한테 모델건 삼총사 코믹스가 있던가? 가물가물. 창고를 뒤져보니 아마도 잠본이 김선욱님이시던가가 넘겨주셨던 단행본이 나왔다. 오오, 감사합니다. 선욱님.
다이나믹 콩콩판 '모델건 삼총사'
사실 솔직히 일본어 원제가 뭔지 몰랐던 작품이긴 한데 얼마전에 발견한 일본의 모 웹사이트에서 이 작품을 다뤄주었더라는 것. 아이들 대상의 상품광고 만화잡지인 '고로고로 코믹스'에서 1983년에 연재되었던 물건이라더라.
그런데, 그 제목이 무려 '모델건 전대' 으음.
으음.
으으음...
아니 뭐 나쁘진 않은데, 어째 좀 그렇지 않나 싶다. 설마하니 '모델건 전대' 인줄은 몰랐는 걸. 그럼 쟤내들이 "우리들은 모델건 전대 모델 파이브~" 이런 식으로 외쳐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뻔한 선입관도 떠오를 지경이고.
허나 솔직히, "수권전대보다 어째 이 쪽이 더 그럴듯할 것 같아!" 같은 생각이 드는 건 그렇다치고, 내용적으로 조금 머릿 수가 많았다거나 잡지에서 밀어주었다면 꽤 그럴 듯한 조직물로 승화되거나 단순히 이계 깽판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할까. 초반부터 나오는 주인공 아이들에 대한 복수에 불타는 소녀의 이야기라던가, 이세계의 제우스가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는 복선이라던가 뭐 그런 것들도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정말로 토에이 수퍼 전대에서도 이런 장난감이나 그런 걸 활용해서 싸우는 전대는, 한번 다뤄줘 볼만한 소재 아닌가 싶기도 하다. 모델건 서바이벌 게임 같은 것도 나름대로 성인들 사이에서 먹히는 이야기니까 잇점도 있을 텐데. 뭐 작품 자체가 그렇게 까지 대단한 물건은 아니지만, 지금 보면 컨셉 자체가 꽤 화끈하고 황당무쌍한 개그의 영역인지라 나름 유니크한 맛은 있다. 요즘 나오는 라이트 노블 계통에서도 한번 비슷한 농담을 써먹어 볼 만하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그렇다.
사실 이 책에서 최고의 개그는 차례 페이지 옆에 쓰여있는 "이 책에 소개되는 모델건(모형총)은 대부분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음" 이라는 각주다. 예이~ 애시당초 당시 80년대 초반의 한국에선 나올 수도 통할 수도 없었던, 당시 일본 아이들 대상으로 만들어진 만화라는 한계라고 할까.
- 그런데 일본에서 이 만화를 소개하고 있던 홈페이지에서 본 건데, 이거 원작 자체가 잡지에서의 연재는 끝났지만 단행본에선 분량이나 여러가지 문제로 결국 제대로 마무리가 되지 않은 케이스라고 하더라. 뭐 다이나믹 콩콩에서도 1,2권 짜집기 해서 겨우 단행본 한권인가 내고 끝난 만화인 것 같지만.
즉 이 만화의 마지막화는 단행본화 되지 않았으며 최종권이라고 찍힌 게 완결이 아니란 것이다. 일본에서도 결국 완전판이나 완전복각판이 나오기 전에는 단행본으로 완결을 볼 수가 없는 만화라서, 일종의 '환상의 최종화 만화'급으로 취급 받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더라. 흔히들 "그러니까 그 만화가 어떻게 끝났지?" "몰라. 너는 본적 있어?" 이런 대화가 오간다는 이야기인 거지.
뭐 어쨌든 간에 어렸을 때엔 참 '오오 이런 발상이~' 하면서 보던 추억의 만화 중 하나라, 지금와서 구하기도 힘들지만 단행본 자체가 완결이 안되었다니…, 생각해보면 약간 씁쓸해지기도 하고 뭐 그런 거지. 당시에는 참신한 발상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20년이 넘은 지금에 보면 '뻔하디 뻔한 장난감총 팔아먹기 용 만화' 라는 생각도 어쩔 수 없이 드는 거고. 그런데 이런 장난감 팔아먹기 수준도 안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싶기도 하니까 이 정도면 그래도 기억해둘 가치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또 단순히 장난감 총 소개만 하다끝나는 게 아니라 이런 타이업 컨셉 만화 주제에 나름대로 드라마와 이계깽판 초딩 모험담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작가가 나름대로 노력했던 흔적도 있으니까 가치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 다이나믹 콩콩 해적판 단행본이 무려 1984년. 직접 복사나 스캔 떠서 해적판 찍는게 아니라 국내 작가가 배껴 그리던 그 시대를 생각하면 굉장히 빠른 단행본화라는 생각도 문득 든다. 포스팅 하는 김에 원판을 구할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는데, 애시당초 단행본 미완결이면 천상 1983년 당시의 연재본을 구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할지가 의문. OTL.
끝이 매우매우 궁금하지만 결국 추억의 구석 자리 어딘가에 놓아두어야 하는 가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뭐 그러려니 하는 거지. 솔직히 지금 다시 보니 총은 그렇다 쳐도 만화 자체 작화는 꽤 미묘하다는 기분이 든다. 쩝.
뭐, 역시 그냥 이런 만화도 있었구나~ 하는 것일 뿐이다.
P.S. : 그러고보면 사실 [스파이더맨]의 일본판 만화는 이케가미 료이치가 그린 것 이외에도 당시 아동용 대상 잡지에서 연재한 것이 있었던 모양인데…. 한국에서 다이나믹 콩콩이었던가 어디선가에서 한국 만화인 양 고쳐 그린게 있었고, 이 한국판 해적판 스파이더맨 만화에서는 설정이 일본 토에이TV의 특촬판 '스파이더맨'에 준한 내용이라서 레오팔돈도 나오고 그렇다. 그런데 이 해적판 스파이더맨 만화는 막상 레오팔돈의 머리가 겟타 드래곤이었다는 것도 포인트.
그러고보면 이 만화판에선 스파이더맨이 황금날개랑 싸우던가 전자인간337이랑 싸우던가 투명인간이랑 싸우던가 가물가물하기도 하다. 하여튼 다이나믹 콩콩의 '원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