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CGV에서 시사회로 보고 왔습니다.
일단 영화 개봉전에 최고의 스포일러를 공개합니다.
"대머리는 죽지 않는다!" (휘잉~)
……………
죄송합니다. 썰렁했습니다.
사실은 이거로군요.
"중년 아저씨 왔다. 테러범들은 다들 (딸사랑) 아저씨한테 존내 맞는거다."
허허.
- 자세한 글은 나중에 또 쓸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생각나는 데로 적어본다.
뭐 일단 평균은 간다. 사실 이 것만으로도 평가받을 작품이다. 사실 올해 나올 여러 시리즈 영화의 속편들 중에서는 꽤 오래되기도 했고 뒤로 밀렸다는 기분이기도 한지라….
강력한 라이벌들이 진을 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자, 사실 관심도 식은 상황에서 이 정도로 뽑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이 '고전 액션' 영화 시리즈가 원래 갖고 있던 기본적인 힘이 나름대로 꽤 강했다는 느낌도 들기는 한다.
솔직히 이번 시즌의 속편 러쉬 중에서는 가장 '무난'하다고 할까. 다만 무난함은 또 상대적으로 진부함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이전 시리즈와 차별되는 것이 별로 없이 그냥 다이하드 답게 달려가면서, 거기에 적당히 요즘 스타일의 펄쩍펄쩍 액션과 적당히 펑펑 터져주는 폭발과 뻥뻥 튀겨주는 허풍스러운 테러리스트들 까지 끼어 있으니 뭐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속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은 전설이 된 1편 [다이 하드]가 나름대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내용으로 끝났다면, 2편은 아무 생각 없었고 3편이 괜찮지만 좀 삽질 했다는 느낌이라면, 이번 4편은 은근하게 서글픔이랄까 그런 것과 동시에 찡하고 푸근한 정서가 남아 있다는 것도 묘하다. 막상 엔딩에 갈리는 크리스마스 캐롤풍의 주제가 같은 것도 없는데 말이다.
전반적으로 회고적이고 아날로그 적인 정서가 강한 것도 포인트. 아무래도 20년전의 브루스 윌리스를 기억하던 사람이라면 이번 편에서 완전 대머리에 적당히 늙었음에도 단순히 염세적이거나 하지 않은 체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더라고" 같은 투정 속에서 흘러가는 세월의 서글픔 같은 것과 동시에, 나름대로의 뿌듯함이랄까 묘한 푸근한 정서를 담고 있는 느낌 자체가 꽤 먹힐 것이다.
결국 기본적으론 거의 록키 발보아 레벨의 '나이 먹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신세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하나 더 넣어서 중년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이야기를 꾸며나가게 하는 배려를 두고 있는 것도 포인트.
사실 본인도 다이 하드1은 극장에서 보지 못했었는데, 나중에 비디오를 통해서 보면서 "과연 명불허전!!"을 외쳤던 것이 어느 사이에 20년이 지나서, 별거 중인 마누라를 만나러 왔던 아저씨가 이젠 딸을 구하러 열심히 뛰는 중년이 되는 실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속편이란 점 만으로도 이번 4편은 1편을 기억하는 관객들 사이에서 다들 만족스럽게 받아 들여지고 요즘 관객들에게도 적당히 먹힐 것이다.
게다가 영화 본편 중에서 스타워즈나 터미네이터 등의 다른 7,80년대 고전급 히트 영화들의 언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존 매클레인이 관객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것 같은 묘한 공감대를 이끌 법한 힘이 있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터미네이터 스켈톤 피겨가 폭발의 이유가 된다거나 "보바펫도 모르면서 스타워즈팬?" 하고 되묻는 묘한 기크스러움도 섞인 것이 이번 영화판 다이 하드4의 특징일 것이다.
뭐, 시대가 흘러가면서 그런 마이너 층의 사람들이 많이 대중화 되기도 했고, 또 그런 팬층을 의식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도 늘어난 것도 사실이니까.
어쨌든, 정말로 이런 액션 영화의 왕도적 공식을 만들어 버리고 나중에 [풀 메탈 패닉] 같은 데서까지 패러디 되는 그런 전설급 영화의 속편답게 매우 왕도적이고 복고적인 느낌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무난하기도 하고 적당히 '다이하드'가 어떤 정도의 영화인지 안다면 매우 납득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 전통인 브루스 윌리스의 투덜투덜이 약간 줄고, 대신 적과 무선으로 뻥과 농대결하는 부분이 늘었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그래도 액션 부분과 스토리 텔링에선 의외로 나름 발란스가 잘 맞고 있어서 전체적인 완성도가 의외로 괜찮다고 하겠다. (언더월드에 비교하면 특히 나아졌…)
3편도 그랬지만 크리스마스 시즌도 아니고 그냥 사건에 휘말려서 죽도록 고생하는 우리의 매클레인 형사.
대체 3번이나 엄청 큰 테러 사건을 해결했지만 '아직도 형사'인 중년의 고참 민완형사(…그러고보니 아직까지 그냥 형사인 이유는 대체?!) 존 매클레인 형사도 늙기는 늙는 다는 것 정도가 의미일까.
하지만 이젠 거의 초인의 영역에 도달한 것 같은 브루스 윌리스 아저씨가 분한 존 매클레인 형사는 이번에도 열심히, 그리고 여전히 "세상에 다른 놈들도 많은데 왜 하필 내 근처에서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야!" 하는 식의 투덜거림과 함께 언제나 처럼 얼토당토 않은 계획을 꾸미는 테러 조직과 맞서서 싸운다. 실제로 이 아저씨가 투덜거리기 시작하면 보는 사람들이 늘 그랬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웃기 시작하는 것도 장점일 것이다.
처음엔 단지 서장이 부탁해서 시작된 일인데 언제나처럼 미국의 안보(…진짜로…)를 위협하는 큰일로 뻥튀기 시작된다. 물론 존 매클레인은 "고참이 필요하다며!" 같은 투덜거림을 날려줘야 한다. 그런 진부함 조차도 묘하게 그럭저럭 푸근하달까, 하여튼 묘하게 변해버린 각박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 그런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이 하드 다운 면' 이란 점을 잘 살린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일 것이다.
= 좀 노골적으로 911 이후의 미국에 생긴 일종의 불안감이나 염세적 같은 정서를 슬쩍 들추고 있는 것도 나름대로의 포인트.
자막 번역이 nice guy나 good guy를 무조건 '영웅'으로 해버리는 경향이 있긴 한데…, 뭐 이런 거야 넘어가도 되고 중간 중간에 spider-boy라던가 기타 등등 잡스러운 농담이 있는 것은 그냥저냥 서비스. 이래저래 참 왕도적인 속편이고 거기에 적당히 요즘 스타일의 무대뽀 액션과 이런저런 장면에서 들어가는 요즘 스타일의 날고기는 액션이 비교적 보조를 잘 맞추면서 뒤 섞여 들어가기 때문에 의외로 시리즈 전체적인 양식미랄까 루틴이 크게 헤쳐지지 않고 온전히 보관되고 있다는 것은 훌륭한 점이다.
작품 컨셉이 해킹을 통해서 미국 전체의 전산 통제 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인지라, 그런 상황에서 도시 전체가 불이 꺼지는 등등의 장면에서 이런저런 CG가 들어가게 되는데, 결과물 만으로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겠다.
아무리 CG가 좀 들어가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구식 아날로그 액션이 적지 않다는 점도 상당한 포인트인데, 막바지에 '옵티머스 프라임보다 좀 약해보이는 트레일러에 탄 존 매클레인 VS F-35 전투기' 시퀀스는 아놀드 주지사님의 '진짜 거짓말'이나 전성기 성룡 아저씨의 각종 낙하 액션도 떠오를 지경이라서 옛날의 아날로그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CG가 튀지 않게 적절히 뒤섞이면서도)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나름대로의 특징일 것이다.
뭐, 결론은 다이하드 시리즈를 한편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별 문제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일 것이다. 딱 '다이 하드'란 제목을 달고 있는 영화에서 나올 만한 딱 그 수준에서 머무른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 시리즈 물의 속편으로썬 최상급이란 느낌. 뭐 뻥뻥 터지고 그런 건 트랜스포머 같은 것에는 좀 밀리지만 그래도 피곤죽에 진땀 되서 박터지게 뛰어다니는 대머리 중년 아저씨의 존재감 만으로도 분명히 봐둘만 하다고 할까.
1편에서 할머니 집에 맡겨져 있던 딸(아들은 안나온다…)이 성장해서 이혼한 마누라 대신 '지켜야 할 가족'으로 나온다는 것 정도에 세상 물정 모르는 해커가 끼어들어서 묘하게 '마쵸' 스러운 모습으로 변하는 것도 변화라면 변화일까. 뭐 1편에서 사무직만 한다는 흑인 경찰과의 무선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오던 그런 정서와는 좀 다르지만, 어쨌든 세월의 벽을 넘을 만큼 힘을 갖고 있는 존 매클레인의 캐릭터 성에, 이런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요즘 젊은이 캐릭터(와 요즘의 바보스런 허풍장이 악당까지) 적당히 끼워 넣어주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봐둘만 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감독 겸 배우인 (양키 동인남…) 케빈 스미스가 해커 '워록'으로 나오는 것은… 나쁘진 않은데, 내용상 '저 아저씨가 저러고 있어도 되나?' 싶을 지경인 것은 작은 흠. 뭐 그럭저럭 자기 몫은 해주긴 하니까 어쩔 수 없지만.
P.S. : 진짜 속편이 나와도 가장 불만없을 법한 완성도를 가진 시리즈물 영화임에도, (배우 나이도 있고해서…) 속편이 나오기는 좀 힘들 터이니 존 매클레인 형사의 마지막 모습(응?)을 극장에서 보는 예의 정도는 갖추어주는 것이 좋을 듯 싶다. 하지만 '더티 해리'나 마틴 릭스가 다시 나오는 건 좀 무리…
"중년은 죽지 않는다. 다만 죽도록 고생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