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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9일
[만화] 21세기 소년 -下-
※ 본편의 내용까발림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서 읽으실 때에는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 관련 글 : 21세기 소년 -上-

  어머니께 가끔 본인이 보는 만화책들을 반 억지로 "이거 재미있으니까 한번 보세요" 라고 읽어보시기를 권유한 경우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만화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과 [20세기 소년]은 어머니가 꽤 많은 분량을 읽으시긴 했지만 결국 결말은 보지 않으셧다.
  그리고 '키튼이란 이 친구는 자기 의지가 너무 약해' 라던가 '사건만 끝없이 터지고 해결은 언제 되는 거냐' 같은 말이 나오신다. 아니 뭐, 그게 당연한 거다. 한계를 알고, 세상을 알고 있는 어른들의 입장에선 말이다.

  21세기 소년 -下-

 - 지금까지 몇번 이 만화 시리즈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범인이 누구냐는 게 중요한게 아니고 이 사건이 어떻게 풀려나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라는 식의 말을 몇번 던진 적이 있다. 용두사미니 미스테리로써 완성도가 떨어지느니 같은 것보다도, 결국 이 만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단순히 '꿈과 희망이 소중하다는 것' 만이 아니란 점만 남는다.

  일단 이 21세기 소년 '하권'이란 자체에 대한 결론을 낸다면 굳이 이렇게 마지막 2권의 '해답편' 부분을 따로 제목까지 바꿔가면서 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화'를 위한 배려처럼 보인다고 할까. 결국 팔아먹기 위한 상품으로써 그 가치를 절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모범 답안'처럼 보인다고 하겠다.
  달리 말하면 이 21세기 소년은 '원작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영화화 각본의 선례' 처럼 보인다고 할까. 즉, 실사영화화 예정 중인 이 [20세기 소년]이란 만화책이 2시간 분량의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질 때에 이런 식으로 내용이 전개되지 않을까 한다. 다시 읽고 나니까 영화판의 내용이 이 '21세기 소년' 같은 식으로 압축되기를 바라는 원작자 측이 보여주는 일종의 예시같은 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든다.
  사실 이 만화에서 내용 자체의 결말은 이미 [20세기 소년] 22권에서 예전에 끝난 것이나 다름없고, 나머지는 몇가지 감춰진 비밀이나 여기서 이렇게 사건이 흘러갔다~ 라는 뒷 이야기 정도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 21세기 소년에서 재대로 비밀이 드러났거나 해답을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부수적 단서나 사실이 확실히 제공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친구=후쿠베 였던 것이 21권 이후로 새로운 '또 하나의 흑막' 등장으로 인해서 더 헷갈리게 되었으며, 그가 이 만화의 이야기 속에서 단순한 영무자이냐 아니면 '진짜 친구'로써 제대로 기능했느냐 라는 것까지도 따지고 들어가면 '이런 트릭이 존재할 수 있느냐?' 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 말이 안된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납득을 할 수 있게 해야 할텐데, 구체적인 방법이나 디테일 적인 의문은 그냥 의문으로 남고 '그 놈들이라면 해' 라는 식의 끌고가기로 마지막까지 이야기는 달려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20세기 소년을 부르는 정의의 히어로가 온다'라는 걸로 납득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든 될꺼다~ 라고 믿을 수 밖에 없으니까.

  물론 우리내 삶에 있어서 정치건 경제건 뭐건 간에 흑막이 없이는 일이 안되고 그러는 식의 소위 '끌려가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게 대다수의 일반인이다. 켄지처럼 뭔가 버리고 떠나지 않으면 히어로가 될 수가 없다.
  일단 확실한 것 한 가지. 이 놈의 21세기 소년 하권에서 비로소 범인은 누구누구라고 마지막에 이름이 나온다. 중요한 건 얼굴은 안 보여준다는 것. 뭐 1권에 처음 이름이 언급되어서 권수로 24권이 될 때까지 거의 잊혀져 있다 싶었으니 얼굴이 중요하겠나.
  그런데 난 이 친구가 켄지 누나 키리코에게 고백했다가 퇴짜 맞은 그 친구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막상 학산판 정발본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을 때에 확인한 건데, 이 사람이 1권에서 이름이 언급되는 것 밖에 없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진짜 완벽하게 존재감이 없던 것인데, 제대로 된 추리물이라면 사실 이런 건 반칙에 가깝다.
  하지만 이건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각박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과거를 회상하면서 '너도 어렸을 때엔 순수했잖아' 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런 회고록적인 입장으로 보는 게 옳을 테니까 사건 해결이고 문제의 정답이나 힌트 등의 사소한 것에는 연연하지 말자. 적어도 보는 동안 즐거웠고, 켄지가 남자답게 사과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나이를 먹어서 어른이 되었어도 (유치하다고 할 지언정) 아직 어렸을 때의 순수함에 대한 동경이 남아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 만화의 가치가 내 자신에게는 남다를 수도 있다.

  = 그리고 [20세기 소년] 22권 분량과 [21세기 소년]의 2권 분량의 긴 만화 시리즈 전체의 결론을 내린다면 괜히 폼좁 잡으면서 '세상을 만드는 것은 기억이지만, 세상을 세상 답게 만드는 건 마음이다' 라고나 해둘까.
  몬스터 같은 것도 그렇고 플루토도 그렇지만 작가로써의 우라사와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인간 본성'…, 아니 다르게 말하면 '인간을 인간 답게 하는 뭔가' 같은 코드가 아닐까 싶다. 개인으로써, 스토리 텔러로써의 우라사와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일단 '끊임없는 이야기'일 것이고….
  어쩌면 6,70년대 일본 고전 만화의 전통에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짧은 것 같지만 긴 이야기',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만 같은 이야기'가 끝이 나버리는 걸 보아왔기 때문에, 이런 어중간하게 끝나는 이야기는 외려 뭐랄까 똥싸고 남은 것 같은 찝찝함처럼 받아 들여지기도 한다.
  또 반대로 80년대 들어서 '실제로도 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고 10년 넘게 살아남아온 만화들은 100권이 넘는 긴 만화들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말을 위한 결말을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없고, 지금까지 쌓여온 것이 있기 때문에 끝나지 않는 끝이 될 수 밖에 없는 작품도 생겨나버리기도 했다.
  과거는 흘러간 것이지만 미래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과거가 끝이 나야 진짜 새로운 미래가 나올 수 있기도 하기 때문에 언젠간 끝이 나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끝'에 집착하고 제대로 된 결말에 뭔가를 기대한다. 하지만 영웅은 사건이 해결되면 떠날 수 밖에 없다. 그냥 사건 뒤에 평범하게 살아 버리면 영웅이 아니게 되니까.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계속 뭔가 하면서 그 삶 자체가 영웅적이라면 어떨까. 결국 켄지는 노래로 세상을 구했다, 라고 말할 수 있지만 노래만으로 세상을 구한 건 아니지 않는가? 찌질하게 일상에 묻혀 있다가, 어린 시절의 잘못을 되돌리려는 그 삶이 우연히 영웅적인 이야기가 되었을 뿐이지. 일상에서 태어날 수 있는 영웅은 그런게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켄지는 다시 자신의 삶인 노래를 계속할 것이다. 영웅이 아니게 될지언정 자신의 삶을 버린 것은 아니게 되지 않는가.
  어차피 죽으면 아무것도 안남지 않는가?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결국 20세기 소년은 '사람은 죽으면 가슴에 남아'라고 칸나가 동키에게 말하듯이 나이를 먹어서는 유치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그런 정서에 매달린다. 21세기 소년에서도 그 정서는 남지만 유치하기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있다. 바로 '사과'이며, 삶에 대한 '노력' 같은 보편적인 정서이다.
  어쩌면 '계속 끌어와서 미안합니다~' 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작가는 누구던 간에 '더 늙고 지치기 전에 할말은 하자~'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 이번 권에서는 ,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든 결말이 난다~ 라는 거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결말 자체는 이미 20세기 소년에서 이미 나왔던 게 아닐까.
  어떻게 보면 이 [21세기 소년]은 에필로그로써의 가치, 즉 결말이 문제가 아니라 '할말은 해야 끝이 난다'라는 일종의 모토 같은 것처럼 보일 지경이고…. 사실은 또 중요한게 나중에 영화화 예정인 20세기 소년의 2시간 극장영화 다이제스트 판의 모범 각본 예제 비슷하게 작가사 21세기 소년을 굳이 따로 분리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간에 이번 21세기 소년 下권에서는,
  …초반에 희생양이자 이용당한 피해자로 그려진 시키시마 교수의 딸과 유키지의 '지상 최강의 아줌마 배틀'이 그려지는 게 포인트일까. 뭐 대단한 액션이나 서비스 같은 게 나오는 건 아니지만, 전에 칸나가 썰렁한 복도에서 뒤돌아보는 장면 등에서 나왔던 일본 현지에서 유행하던 호러 영화 포스터나 미스테리 스릴러물, 인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의 중요 장면을 슬쩍 써먹는 등의 장르 패러디가 곳곳에 숨겨진 그런 작품 답게 이번 작품에서 시키시마 교수의 딸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식의 장면 패러디같은 게 되어 있다.
  이야기로써는 여전히 그냥 끝났을 뿐이지 구체적인 구성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완성된 맛은 부족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어쩌면 결국 후쿠베도 진짜 능력자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또 이 감춰진 또 하나의 흑막이 사건을 꾸미고 사람들을 지위할 능력이 있음에도 어렸을 때의 사소한 원한으로 세상과 친구들에게 복수하려는 오덕후 후쿠베에게 이용당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 주동자고 누가 벌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순수하게 따라가고 흘러가는 '나이 먹어서도 바뀌지 않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하여튼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07년 말의 대통령 선거에는 다들 꼭 참여하자. (응?)

 = 여전히 전체적으로 보면 논리랄까 앞뒤 관계에 은근슬쩍 모순이 많고, 가상현실 게임 속에 있는 사람에게 게임 밖에 있는 사람의 생각이 전달되는 좀 웃기는 상황도 존재한다(이건 뭐 그나마 설명이 좀 가능한게, 그 놈의 게임을 하는 데에는 지켜보는 사람이 필요하니까, 밖에서 플레이어를 지켜보는 관리자 측에서 게임 외부에 있는 칸나의 텔레파시를 느끼고 그걸 게임 안에 데이타로 인풋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이 경우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또 하나의 '친구'가 게임에 계속 들락날락 거리면서 매일매일 업데이트해주는 서버 관리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물론 친구가 커밍아웃하고 다시 UN군이 설치는 마당에, 어떻게 로그인 같은 걸로 추적당하지 않고서 버추얼 게임 안에 들락거렸느냐는 사소한 것부터 의문은 남아 있지만, 뭐 이 전에도 친구가 게임 안에서 떡 나타나서 '이게 진실이야' 라고 말했던 것도 있으니 백도어 하나 쯤은 마련했겠지 싶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버추얼 게임 안의 과학실 실험 부분에 나타나서 '이게 진실이야' 라고 말했던 것을 보면, 어떤 의미론 그 과학실 실험 장면이 '진실'이기는 해서 좀 난감하기도 한데….

  다만 이번에도 죽은 건 '또 하나의 그 아이'가 아니라 후쿠베를 닮게 성형한 또 하나의 영무자, 가짜일 가능성이 있는데 진짜 친구는 아직 살아 있는 건지, 아니면 만죠메 건처럼 그 친구의 생각을 시뮬레이팅해서 만든 가상현실 게임 속의 AI인지도 애매하다.
  어쩌면 후쿠베가 죽은 시점에서 지금껏 영무자 노릇을 해오던 '또 하나의 그 아이'자 진짜 친구가 뒷수습을 위해서 켄지와 친구들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악역을 자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스스로도 마지막까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서 (그리고 켄지에게 사과를 받기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 반양자 폭탄이란 낚싯밥을 던졌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진의와는 상관없이 켄지는 지금껏 잊혀져 왔던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현실에서도 사과를 하고 게임 속에서라도 과거의 그 상황에서 과거의 자신에게 사과를 하게 한다. 속죄가 아니라 인정일 뿐이지만.
  생각해보면 가장 깨는 결말은 초반에 후쿠베 대신 죽었던 영무자(이 녀석도 원래는 켄지 친구 중 하나였을려나?)의 AI가 버추얼 게임 안에서 '켄지의 사과를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라는 거지만.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째 그것도 나름대로 요즘 이 각박한 세상에서 '정말로 뭔가 강한 의지로 뭔가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켄지를 비롯한 친구들에게는 존재감이 없었고, 장사하는 할머니에겐 오해 받아서 죽었고, 막상 후쿠베를 비롯한 친구 일당에겐 '넌 오늘 죽은 거야'라는 폭언까지 들었음에도 계내들에게 휘둘리면서 자기도 누군지 모를 정도로 악당의 얼굴 까지 뒤집어 쓰고서 살아 왔던 이유 하나가 '어렸을 때의 사과를 듣기 위해'라는 쪼잔한 것 같지만 자기 나름대로 중요한 뭔가 였다고 생각해보면 말이다.
  뭐 모든 것을 다 계산한 친구가 자신이 죽더라도 계획은 진행되도록 안전 장치로써 게임 속에 자기의 사고패턴을 반영한 AI를 넣어놓고 켄지가 게임 속에 들어올 때에 반양자 폭탄과 로봇이 움직이도록 미리 설정해 놓았다면야 이 후일담에 숨겨진 또 하나의 '트랩' 구성에 대해서 할 말은 없어지긴 하는데….

 - 하지만 사실 그런 복잡한 플롯이나 뒷 설정보다는 역시 칸나가 가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초능력'이 이 순간에 만큼은 게임 속에 들어간 켄지와 게임 속의 여러 아이들 AI에게 전달되었다고 보는 게 더 '거짓말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요소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제법 요즘 스타일로 바꾸어서 잘 꾸며 놓았음에도 곳곳에서 이전 장르 공식을 잘 따라가고 있었던 작품이라서 '이런 작품이라면 결국 우주인이 나와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현실적 문제 탓인지 몰라도 우주인은 본편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 대신 어떤 알수 없는 힘을 지닌 존재, 하지만 '있을 수도 있지' 수준으로 그럭저럭 납득은 가능한 정도의 초능력을 지닌 후쿠베(와 그 피를 이은 칸나…)가 나오고는 있으니까. 그리고 후쿠베와 함께 켄지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따돌림 아닌 따돌림을 당했던 또 하나의 흑막이 지금까지 전혀 존재감이 없다가 갑자기 제시된 '해답'으로써 등장해 버린다.

  결국 이 만화에서 우주인은 나오지 않은 체,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주인공에게도 거의 잊혀져 버린 1권에 지나가는 배경이었던 아이가 흑막이었다는 식으로 전형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아니 이미 22권에서 켄지를 비롯한 '인류의 승리'는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고, 남은 건 어떻게 그걸 그럴듯하게 꾸미느냐인데 이건 이 20세기~21세기 소년이란 만화 작품을 이야기로써 그럴듯 만들고 내용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에 가까워 진다고 할까.
  물론 어렸을 때의 소외감이나 분노, 그런 것들에 대한 복수만이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옛날 일이니까 하고 막연히 휩쓸려 가면서 잊어버리고만 있는 (켄지를 대표로 하는) 일본인들 자기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일까.
  이 만화가 그렇게 의식이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2차대전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 그건 이 만화를 읽고 있는 나와도 상관없고 또 2차대전을 기억하는 나이 먹은 일본인이 이 만화를 볼 거란 생각은 별로 안 들기도 한다.
  그저 전후에 태어나서 성장기를 겪은 중년의 일본인들이 실제로 2017년 정도 될 무렵 쯤에 느끼게 될 회한이나 소외감 같은 걸 미리 체험하게되는 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한국에선 단순히 비슷한 시대와 비슷한 연령을 살아온 사람들이 동질감을 갖는 건 나이를 먹어서 세상이 바뀌어도 나는 바뀌지 않았다는 자괴감이랄까, 그래서 그런 걸 깨부수고 과거 어린 시절의 순수함으로 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닐가 싶다.
  그도 저도 아니면 남는 것은 미스테리랄까 그런 수수께끼의 잔재미와, 소위 어떤 '의지가 실린' 활극에서의 감동 같은 것이리라.

 = 사실 이 글을 쓰는 본인도 이 만화에서 감동을 느낀 건 '어렸을 때의 꿈을 지키기 위해서' 각박한 현실에서도 어렸을 때의 순수함을 등에 업고 일어서는 '평범하게 나이만 먹은 어른들'의 의지와, '어렸을 때의 작은 잘못 같은 것에도 뉘우침이 따르지 않으면, 잘못은 교훈이 될 수 없고 나이는 성장이 될 수 없다'라는 그런 정도의 주제의식이었다고 할까.
  20세기에서는 만남으로 끝났지만, 21세기에서는 사과와 사과 뒤에 이어지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끝이 나버린다.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잘못을 해온 어른들이 세상과 다른 사람들에게 대해서 사과를 하고 제대로 세상이 돌아가게 된다면, 언젠가 자기가 바라던 세상… 신령님에게는 볼링 붐이 돌아온다는 비유가 아닐까.
  물론 그 사과의 과정에 대해서 이 작품은 살짝 논지가 이상하고 설득력이 부족한 면이 많다. 이거야 기본적인 장르가 제대로 된 설명보다는 '의문이 의문을 낳는' 작품 구성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고, 미스테리라는 장르적인 공식에 휘둘린 탓일 수도 있다.
  허나 이 가상의 만화 속 또 하나의 가상 안에서, 주인공 켄지는 과거를 재현한 버추얼 게임 안에서 과거의 어린 자신(정확히는 통제되는 AI)을 설득하여, 장래의 현실에서 악당이 될 친구에게 사과를 하는 것으로 '가상 속에서 현실을 바꾸는' 기적을 이런 만화 속에서 일으키고 있다. 이건 만화 속이니까 가능한 일일 뿐이겠지.
  하지만 분명히 역사는 바꿀 수 없고, 일어나버린 일을 다시 없던 걸로 할 수는 없다.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은 게임이나 만화 뿐이다. 그리고 게임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가상 세계'일 뿐이고, 이 가상의 이야기인 만화 속 세계에서 조차도 사람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가상 속에서야 비로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투가 된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켄지는 사과를 했고 세상은 바뀔 것이라 믿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의 정치인들은 사과를 할까?

  갑자기 이런 말을 하면 뜬금없이 받아 들여지겠지만, 일본은 영원히 사과를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젠 사과는 의미가 없다. 뉘우치고 뉘우쳤다는 증거로 죄값을 치르기 위한 '다른 좋은 일'을 하는 수 밖에 없다. 가상 게임 속에서 '친구'에게 사과를 한다고 친구를 만들어낸 켄지의 잘못과 켄지에 대한 복수로 온갖 악행을 저지른 친구 일당의 이야기와 그 들의 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친구는 역사 속에 악당으로 남을 것이며 켄지는 평생 자책을 하면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 하는, '자신이 할 일'을 계속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켄지는 자기가 해온 음악을 버리지 않으면서 음악을 통해서 히어로로 재탄생한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잘못된 과거를 버렸으니까. 자기의 잘못과 그것에 의해 초래될지 모를 불행을 부끄럽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알리기 위해서 부르던 노래니까. 사건이 해결된 이상 그 노래는 더 이상 부르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일본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이 만들어낸 여러 싸구려 대중문화나 각종 상품들이 과연 그 죄값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21세기 소년은 그런 의미에서 켄지의 입을 통해서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래도 힘 내는 수 밖에 없다"라는 비교적 어른스러운 답을 낸다. 물론 그게 만화 속에서만의 답이 될런지, 아니면 현실 속에서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허나 적어도 이 '과학모험만화' 속에서 조차도 과학이나 논리와 상관없이 중요한 건 인간의 마음이며 의지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만화는 논지와 해답과 관계 없이 감동적이다. 현실과 상관없이 보여도, 가상 속에서 조차 말하기 힘든 걸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걸 통해서 가져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냥 무신경하게 넘어가면 언제 어디서 친구 급의 악당들에 휘말릴지 모르는 것이 우리내 현실이 아닐까.
  찍을 사람이 없다면 '차선도 아니라 차악'을 고르면 될 것이다. '친구'급 대마왕 보다는 차라리 기회주의자 얀보 마보형제가 낫지 않겠나.
  우리는 켄지처럼 몇년 동안 도피해서 숨어 있다가 나타날 수는 없다. 정말 켄지 말마따나 최배달처럼 강할 수는 없고, 이 만화 속에서도 '노래를 불러도 총은 맞는다'라는 냉정한 진실은 그려지지만 그렇다고 노래를 하지 않을 수는 없고, 우리 할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결국은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래도 힘 내는 수 밖에 없는 거다" 라는 심정으로 자기 몫을 다 하려고 노력을 하자. 그러니까 이런 개허접 블로그에라도 내가 뭘 봤고 뭘 느꼈다고, 누구 하나 읽어주지 않더라도 주저하면서 적을 수 밖에 없는 거고 말이다.

 - 이런 허접한 '왜국 만화' 따위에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나라 높으신 정치가나 재계 거물분들께서는 고까워 하실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앞의 현실은 이런 만화들보다 더 그럴듯하게 드라마틱 하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에겐 켄지처럼 목숨걸고 총 앞에 나서서 노래부를 사람도 없고, 지금에 와서 자기 잘못에 대한 사과를 제대로 하는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그저 이렇게 망가지는 걸 보았으니, 우리 현실에서도 우민당이 집권하는 것 같은 사례가 없도록 눈 앞의 이익에 홀리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사안을 자기 의사와 자기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생각해서 결정하자~ 라고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만, 내 자신은 그럴 수가 없다.
  그저 '믿고 싶은 진실만을 믿지 말자', 라고나 해둘까. 세상이 힘들고 각박해서 일단 자기를 편하게 만들어줄 것 같은 사람에게 뭔가 기대를 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자기 생각이나 소신이 없이 휩쓸려가다보면 친구와 우민당 같은 사람들이 짠 하고 등장하게 되고 그 다음에 더 피곤하게 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지고보면 자신이 가장 순수하던 '어린 시절'에 가졌던 믿음이야 말로,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믿어야할 어떤 가치판단 기준이 아닐까~ 하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그 순수함이 갖는 힘 - 그 어린이의 순수한 힘 자체에 의한 결과물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는 쓰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정도로 넘어가지만 - 에 대한 일종의 동경과 구체적인 이상을 그려주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가상 속에서 배운 뭔가를 대단한 이상처럼 현실에서 주장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내가 이런 걸 보고 이렇게 느꼈다는 것 정도는 가감과 거짓없이 말하고 싶어지는 결말이었다고 하겠다.
  이 글에는 제법 정치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서 공개하기 꺼려지지만, 흔히들 말하는 게 정치는 깨끗하면 할 수 없다고… 들 말하지만!
  허나 그 더러움에 가득찬 정치 조차도 단순히 권력에 대한 순수한 욕망과, 순수하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의지가 없으면, 즉 순수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그런 최소한의 순수함도 없이 뱃살과 욕먹어서 수명을 불릴려고 거짓말만 하는 정치인들보다도 차라리 이 만화의 '친구'가 낫게 느껴질 지경이면 인생 막장일려나. (웃음)

 = 어떤 한국 만화가가 이 만화를 읽고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할까. 토씨 하나까지 전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뉘앙스의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엔 정말 나도 지구를 지키고 싶었었어요. 그래서 이 만화를 보면서 지구를, 현실을 지키러 친구의 로봇에게 나아가는 켄지 일행이 얼마나 부럽고 멋지게 보였던지 말이죠.'

 뭐 한계를 몰랐던 어렸을 때에 대한 추억과, 어른이 되서 생기는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게 해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있다고 하겠다. 만화니까 어렸을 때에 대한 집착으로 이렇게 엉뚱하게 튈수 있지, 현실에서는 이런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계를 모르던 어렸을 때가 가치 없다고 할수 있을까? 어렸기 때문에 생각했던 일들과 나이를 먹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달라졌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순수한 기분으로 다시 어린 시절을 되새기고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 만으로도 '나는 아직 힘이 남아 있어' 라고 자기 스스로에게 반면교사랄까 암시 같은 걸 걸 수 밖에 없다.

  나이를 먹어서도 한계에 갖혀있지 말고,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에 몸을 던져라. 힘들고 괴로워도 말이다.
  따지고보면 이 작품은 결국 [록키 발보아]와 비슷한 정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정말 40,50대가 되어서도 후회하면서 현실을 유지하고 싶은가, 아니면 죽기전까지 안정되지 못하고 도전하고 살고 싶은가 묻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안주하는 사람이 보통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아둥바웅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멋있다는 걸 알수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나이를 먹어서도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말하자, 라는 뻔하디 뻔한 애들 만화 스타일의 교훈을 하나 주지 않는가. 그것만으로도 불확실한 미스테리나 구성 및 해답 같은 것에 굳이 의미를 두지 않고서 이 작품이 갖는 '재미'를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한 것은 아름답다'던 시절이 있었듯이, '순수한 것은 빛나지 않아도 좋다'라고 말하고 싶은 게 이 작품 안에서 감추어진 진실이 아닐까.
  물론 이 작품이 정말 순수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겠지만. 막상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바꿀 수 없듯이 이 작품의 폭주가 순수하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라고 하겠지만, 적어도 순수하게 어떤 동경이나 열정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의미는 있다. 친구는 악당이지만 제법 대단한 악당이고, 켄지도 세상에 찌들었지만 그래도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다는 걸 몇번의 도망을 거치면서 자신이 직접 체득하고 그 행동의 결과를 확실히 독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는가.
  힘들어도 결말이 났으니 그건 그 나름대로 의미를 두고, 작가의 의도가 설령 (한권이라도 더 팔려고 해서) 순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는 입장에서 만이라도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즐거웠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21세기를 맞이하여서도 20세기에서 넘어온 문화적 유산을 쫓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게 순수하게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우리가 뭐라 할 수 없지 않은가.
  우리 다음 세대에게 우리는 20세기말에 뭘 보고 뭘 전해줄 수 있는지 대답하기 확실치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는 그래도 만화방을 기억하고 오락실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르는 입장이 아닌가.
  기분 좋게 무엇을 보았다~ 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신령님 소리를 들을 생각도 들을 필요도 없지만 누구 말마따나 '볼링 유행은 언젠가 돌아오듯이, 만화방 유행도 언젠가 돌아올거라 믿으면서' 어린 시절에 그렇게 열띤 기분으로 만화책을 탐독했던 순수한 자신이 언젠가 돌아올 수 있을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아니 믿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를 적고 하나를 생각하며 하나를 더 행동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그치면서.

 '끝 같지 않은 끝. 완성이고 픈 미완성. 사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 되고 싶은 희망 속에서'

 : 이 허접한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만화는 정말 끝이라서 의미가 있는게 아니라 그 애매한 끝 때문에 이 만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하고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는 걸지도 몰라요. 이 글도 그런 정도의 의미로만이라도 받아 들여질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2007. 12. 12.
DAIN.

by DAIN | 2007/10/19 23:59 | 서적과 전단지 | 트랙백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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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키는 게 좋겠습니다만, 그 전에 옛 친구들을 다시 한번 보고서 악의에 뻗친 기분으로 변신해서 돌아와야 하지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웃음) [만화] 21세기 소년 -下- 결국은 저 자신도 일종의 감정에 휩쓸린 듯 그냥 쓱 뭔가 쏟아냈다는 것 이상의 뭔가가 없는 그런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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