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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27일
더 보이 (Brightburn)

  ※ 스포일러가 있으니 안 보신 분은 주의를 바랍니다, …하고 말을 붙이지만 뭐 예고편만 봐도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꼬마 아이가 악에 눈을 떠서 악당이 되는 이야기임은 바로 다 드러나니까 딱히 뭐 가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본지는 며칠 되었는데 주말에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올리려고 하니 귀찮아지는 군요.


  더 보이, 원제목은 Brightburn(브라이트번)이라고 '스몰빌'처럼 미국 어딘가 가상의 동네 작은 마을 이름입니다.
  제목부터 그렇듯이 수퍼맨 드라마를 의식한 '출신 지역'과 성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찌저찌 퇴근하고 보려고 했더니 어찌저찌 퇴근루트 동선에서 시간대 맞는 극장이 없어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시간이 그나마 가능한 극장을 찾아서 보게 되었는데…


  일단 표를 폰카로 사진 찍어서 올려봅니다.


  - 결론부터 말하면 소재가 특이한 범작 수준~입니다만, 나름 이것저것 관심을 끌 만한 요소는 많았는데…, 어떤 선을 넘지는 못하고 적당하게 입막음을 하고 넘어간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근래에 개봉한 영화 중에 '글래스'가 있었습니다. 사실 그 영화도 좋지만 동시에 미묘한 영화였는데, 이 영화도 사실 그렇습니다. 뭐 저는 글래스가 이 영화보단 낫다고 생각하지만, 글래스가 이 영화보다 재미있냐~라고 물으면 고민은 좀 할 지도 모르겠네요.

  글래스는 앞에 나온 두편의 영화에서 쌓아온 설정과, 그 설정에 이끌려 만들어진 드라마에 충실해서 사람들이 기대하던 초능력자 액션이 생각보다 적었던 편인데, 이 영화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좀더 드라마를 깊이 파고들어갈 면이 제법 있었음에도, '더 보이'는 충격적인 첫 살인 장면이라던가 몇몇 장면들의 '눈뽕'으로 빈약한 이야기를 간결하게 압축시키고 있다고 할수도 있습니다.

  사실 예고편만 봐도 바로 알수 있듯이 이 영화는 수퍼히어로가 될 수도 있었던 '다른 세상에서 온 아이'가 삐뚤어져서 악당이 되는,
  수퍼히어로의 안티테제인 빌런의 탄생 이야기인 셈이지요.

  그리고 동시에, 안티크리스트~소위 말하는 666의 존재, 악마의 아들을 키우는 고전 영화 '오멘'과도 같은 부류의 호러영화입니다.
  하지만 (소설로도 유명한) 옛날 영화 '오멘'은 외교관 출신의 부잣집에서 애를 키우기 때문에 이런저런 사건도 대충 무마되서 넘어가기도 하고,
  또 아이의 정체를 찾기 위해 로마 외곽이나 세계 각지로 스케일이 넓어지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 영화와 확 대비됩니다.

  미국 어딘가 촌동네가 무대이기 때문에 애가 작은 마을에서 사고 한번 쳐도 온 동네 사람이 다 알고 바로 따돌림이나 반동이 돌아오기 때문에 애가 점점 더 급하게 삐뚤어진다는 측면도 있고, 애 엄마도 좀 지나치게 과보호~나 과단적인 반응을 보여준다는 느낌도 있거든요.

  어쨌든 그래서 이야기는 그냥 동네에서 애들 괴롭힘이나 자잘한 청소년기의 사건들이 크게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경우입니다.
  사실상 방치되다 시피 하면서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나름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하지만 역으로 중요한 걸 놓치게 되면서 역효과가 난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요. 사실 이런 삐꺽이는 가족들 이야기만 해도 영화 두시간 채우는 건 일도 아니라 생각되지만, 이 영화는 이야기를 최대한 간추린 채 90분 안에 끝이 납니다.

  아이가 삐뚤어지는 과정에서 디테일을 채우기에는 배우를 적게 쓰면서 최대한 예산을 절약하며 대신 아낀 예산으로 잔혹한 호러 씬이나 파괴 씬에 투자해서 선택과 포기를 적절하게 맞춘 편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대놓고 돈을 바르는 블록버스터 급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600만 달러라는 저예산에 비교하면 상당히 잘 빠진 편이긴 합니다만.)
  물론 그게 이 영화가 좋은 아이디어를 평범하게 굴렸다는 것에 대해선 뭐 변명의 여지나 그런 건 아니긴 합니다. 아쉽지만 뭐 이 정도 작은 규모의 영화도 팔릴 수는 있어야 할테니까요.


  = 앞에도 말했듯이 이 영화의 기본적인 정서는 장르 공식에 가까운 인기 캐릭터의 탄생 비화를 역으로 비트는 데서 시작되는 '호러'입니다.

  한국인들에게도 나름 친근하고 유명한 모 히어로 캐릭터, 예 사실 대놓고 노렸죠.
  고명하신 시골 농부 켄트 씨의 아드님 클라크 켄트, 수퍼맨의 이야기를 대놓고 패러디 했죠.

  문제라면 막나가려면 더 막나갔어야 하는데, 저예산과 표현의 한계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지 않고 묻어버린 부분이 많다는 인상입니다.
  이 영화가 지리멸렬하고 재미가 없다 생각하신 분들 대다수는 '강렬한 몇 장면' 이외에 묻고 넘어간게 많다고 생각하실 거라 봅니다.

  마음에 두었던 여자 아이 케이틀린은 어머니 에리카가 퇴장 이후 너무 빨리 존재가 잊혀지고,
  (사실 막나갈려면 브랜든이 케이틀린을 납치해서 집안 어딘가에 감금해둔다거나 자기 씨를 품어줄 존재로 만든다거나 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영화는 예산 문제와 상업성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습니다)
  만약에 에리카와 브랜든이 번식에 도전을 했다면 이 영화는… 스피시즈 같은 영화에 더 가깝게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와 브랜든의 관계에만 집중했으면 드 팔마의 고전 호러 '캐리' 같은 영화처럼 보였을 수도 있고요.
  하여튼 그래서 저예산 한도 내에서 선택과 집중의 결과가 '설정을 살리기 보다는 강력한 주인공이 사람을 막 죽일 지도 모른다~는 호러' 감각에 더 치우치게 된 것 같습니다.


  아 물론 한국에선 반신반인 그 분 같이 사람들을 존나 잘살게 해준 초인적 지도자 흉내를 내던 무당들의 토템 취급이거나 꼴통보수들의 아이콘적인 인물이 있고, 그가 사실은 뒤에서 사람들 잡아 죽이고 국가의 이익이랍시고 인권을 팔아먹은 개새키라는 반전 쯤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에, 이 영화의 이야기는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도 있는 뻔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 예. 사실 이 영화는 스피시즈 같은 오래된 외계인 소재 호러 영화 라인의 연장선에 수퍼히어로물 소재를 얹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근대 히어로 영화의 범람에 대한 나름의 꼼수를 부린 셈이긴 한데, 결과적으로는 범작에 가깝습니다만,
  그래도 호러 효과를 뻔하게 사용했어도 그럭저럭 괜찮게 받아들여지긴 합니다.
  이 와중에서도 고속이동과 괴력, 눈에서 빔(히트 비전) 같은 것을 나름 어필하면서 '설마 아이 투 아이로 죽이진 않겠지' 하는 심리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긴 합니다.

  인물과 드라마가 약해지고 그러긴 했어도, 어쨌든 600만 달러 저예산이라 생각하면 생각보다 시각적 쾌감은 나쁘지 않습니다.
  일단 죽일 때엔 확실히 죽이고 피튀길 때엔 확실히 튀기고….
 뭐 그런 것치고는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달까~ 좀 더 막나갈 수 있는 부분에서 적당히 몸을 사리는 부분도 제법 있긴 합니다만, 일단 사람들이 최소한 기대하는 호러 효과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아슬아슬하게 기본 이상의 가작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사용하는 쇼커나 점프 컷 같은 것을 싫어하실 분도 많겠습니다만, 이 영화는 저예산이니 그런 꼼수에 의존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가 되니 전부 언급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 영화는 결국 악의 각성이 소재이고, 그 악이 인간에게 있어서 악인지 그런 어려운 문제보다는 기존 장르의 공식을 비트는 자체를 즐기라는 가벼운 이야기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가벼운 이야기로 끝나기 힘든 여러가지 부분을 건드리기만 하고 결론를 내리기 보다는 그냥 휘리릭 넘어가서 가볍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긴 합니다.

  하여튼 결론적으로 영화가 아주 좋다고는 못하겠습니다만,
  일단 이런저런 인상적인 장면이나 보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잔혹한 장면들이 몇개 있어서 (예 오랫만에 안구 조지기 장면도 있습니다) 그냥 아주 나쁘게만 평가하긴 뭐하긴 합니다.
  그래도 더러운 뒷맛과 씁쓸한 헛웃음을 지으면서 극장을 나와서 집에 들어올 정도는 되었으니까 말이죠.

  어쨌든 오래 기억될 영화는 아니지만, 당분간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나눠먹고 있는 히어로 영화들 중에서 이 정도 수위가 나올 작품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사실 히어로의 적이 될 빌런 탄생 무비라기보단 그냥 호러에 가깝습니다만, 그럭저럭 킬링 타임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저는 만족하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좋게 보고 나온 편이라서요. 다만 속편이 나와봤자 속편은 더 재미가 없을 가능성이 크니 기대하지 않습니다만…


  = 일단 '악의 각성'이란 면에 있어서 이 영화의 내용은 너무 평면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영화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서 더 이상 브레이크가 되어줄 사람이 없어진 상황에서 비행기를 추락시키고 도시의 건물을 무너뜨리고 꼴리는 데로 노는 것에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공감을 느낄 사람이 제로는 아니라 생각된다는 게 슬프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 너무 크라임 신디케이트 같은 기존 만화 속 빌런 그룹을 의식하는 대사도 나오지만, 이 영화는 뭐 제임스 건 이름이 있어서 그나마 이 정도로 적당히 돈 들이고 적당히 자극적이며 적당히 장난스럽게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막나갔으면 지금 이런 형태로 극장에 걸리지도 못하고 VOD나 디스크 매체 판매등으로 직행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소니가 베놈에서 해놓은 것을 보면 이 영화에서도 최소한의 '수위 조절' 같은 걸 계속 요구했을 것이란 개인적인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적어도 한국 개봉에서 심의도 마케팅도 심하게 잘 못 되었습니다. 수위는 15금으로 나올게 아니고, 제목 '더 보이'는 차라리 '수퍼-오멘(Super-Omen)'이 더 나았을 겁니다.
  물론 이 영화는 오멘~처럼 종교적인 영화라기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외계인 침략에 더 가깝긴 합니다만, 이 영화의 마지막을 생각해보면 점점 어두워지고 불안에 가득찬 사회가 될 것이고 브랜든을 신봉하는 광신자라던가 여러가지 넓어지는 전개를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멸망의 '징조' 같은 느낌으로 사용한다면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하여튼 그래서 영화 내부의 번역은 전체적으로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좋게 볼 건덕지도 없네요. 평작에 평범한 번역이었습니다.

  그래도 킹 오브 몬스터 나오기 전에 그럭저럭 시간 때우기로 괜찮은 영화를 보고, 거대한 괴수 이전에 거대해지려는 인간의 악을 한번 더 들여다 볼 정도는 되었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웃음)

:DAIN.


by DAIN | 2019/05/27 00:39 | 영상문화매체 잡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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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더카니지 at 2019/05/27 10:21
비뚤어졌다기 보다는 우주선의 세뇌로 급격히 사악해졌고 거기에 본성도 소시오패스 끼가 있었는데 그게 세뇌영향으로 극대화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천천히 타락하기보다는 급격히 악마가 된? 전 그게 실망이었어요. 조금씩 비뚤어지고 타락하면서 끝내 돌이킬수 없는 선을 넘어버려 악인이 됐다기보다는 세뇌로 그냥 악마 변환 완료된 느낌이라...영화 자체는 슈퍼맨의 사악한 버전 아이디어 구현에만 집중해 평이한 범작...

사실 캠핑가서 양아버지와 성적변화 관련 대화 나눌때 생각하면 그 충격의 헛간 해부 시체 장면에서 벌거벗겨진 상태인게 XX했다는 암시가 아닐까 추측도 들긴 해요;;;
Commented by DAIN at 2019/05/27 10:34
아무래도 러닝타임도 짧고 디테일은 날리고 그런 면에서 부족함이 드러나긴 했죠. 전 세뇌쪽도 있지만 보통 애가 몽유병이 있고 그런 경우엔 애를 가까이 두는 등 좀더 신경을 쓸수도 있었을텐데, 결국 신경쓰는 것 같으면서도 대충 날리는 '애정 받아본 적없는 부모의 부실함'이 더 드러났다고도 생각합니다. 캠핑 사냥씬만 하더라도 아버지가 욕정과 그것을 푸는 것에 대한 것을 언급하면서도 막상 그게 왜 제한과 해소가 필요한지는 가르쳐주지 않는 등 근본적으로 부모가 부족했다고 보는 쪽이네요. 나중에 자기가 먼저 애를 포기하고 제한을 풀어버린 아버지가 먼저 죽는 것도 이 영화에선 당연한 것처럼 보이고요.
Commented by 전뇌조 at 2019/05/28 15:33
아버지 노릇이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게 아쉬운 점이고... 대개는 실수해도 어느정도는 커버할 수 있는게 일반적인데 (애들끼리 싸운다거나 말썽 피우다 걸린다거나) 여기서는 그게 기본적으로 살인을 끼고 터져버리니 일반인 아버지가 대응하기 벅찬 상황이긴 했을 겁니다.

우주선이 트리거 역할을 하긴 했어도 브랜든이 처음에는 착한 녀석이었다는 묘사가 없는 관계로
성향이 좀 비뚤어짐 + 사건 터지면서 수습하려다 일이 더 커짐 = 결국 갈때까지 가서 인성 터져버리는 막장테크를 착실히 밟았다고 봅니다.

러닝타임 고려해서 이정도로 만족하려구요.
Commented by DAIN at 2019/06/03 22:03
전뇌조 > 막장 테크 일직선이지만 그래도 좀 점프가 많긴 한데 뭐 디테일보다 그냥 깜짝 놀라라~하고 막 던지는 것처럼 받아 들이는게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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