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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learning to live with a lot of things" - 다양하게 사는 법을 공부하는 중이지.
by DAIN 이글루스 피플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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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2월 17일
RADIANT SILVERGUN SOUNDTRACK+

* 게임 본편 내용에 대한 여러가지 까발림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나 레디언트 실버건이란 슈팅 게임을 완전히 하시지 않은 부분은, 주의 하시면서 글을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사진은 제가 스캔 한 것이 아니고 신종무님의 블로그 포스팅에서 빌려왔습니다. 음반을 안 갖고 있는 건 아닌데, 스캔하기 귀찮아서요(웃음).

 RADIANT SILVERGUN SOUNDTRACK+
 # TYCY-5613 (재판: ABCA-5043)
 # 1998/08/07 (재판: 2004/03/24)
 # 가격 : ¥ 3059 (재판: ¥ 2500)
 # 총 26트랙. 수록시간 대략 69:52 (아마도 초판, 재판 동일)

[INDEX]
  - MIDI Arrange Version
  1. QUICKENING -태동-
  2. RUIN -파멸-
  3. RETURN -귀환-
  4. DEBRIS -와상-
  5. REMINISCENCE -회상록-
  6. RUIN -파멸-
  7. EVASION -회피-
  8. PENTA -제5부대-
  9. Space Battle Ship 130 33KI -SBS 130 33KI-
 10. VICTIM -희생자-
 11. ORIGIN -기원-
 12. THE STONE-LIKE -돌과 같은 물체-
 13. KARMA -업-
 14. FEEL VISIBLE MATTER -눈에 보이는 것을 느껴요-
 15. FEEL INVISIBLE MATTER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느껴요-
 16. THERE IS LIFE EVERYWHERE -모든 곳에 생명은 존재한다-

  - Original Version
 17. RETURN -귀환-
 18. DEBRIS -와상-
 19. REMINISCENCE -회상록-
 20. RUIN -파멸-
 21. EVASION -회피-
 22. PENTA -제5부대-
 23. Space Battle Ship 130 33KI -SBS 130 33KI-
 24. ORIGIN -기원-
 25. THE STONE-LIKE -돌과 같은 물체-
 26. THERE IS LIFE EVERYWHERE -모든 곳에 생명은 존재한다-

 - 격정, 감동, 환희의 98년
  : 제가 하도 주문처럼 읊어대서, 저를 아는 사람들 일부에서는 귀에 딱지가 앉았다고 표현되는 관용적 표현이 있습니다.
  98년을 대표하는 3대 슈팅 게임에 대한 비유인데, "ESP.RA.DE.의 격정, 레디언트 실버건의 감동, R-TYPE delta의 환희" 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저는 저 말에 대해서 정말 아무런 부끄럼이 없습니다. 저 자신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저 3가지 게임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저 말이 꽤 잘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ESP.RA.DE는 문자 그대로 짧고 굵은 격정을 담은 게임입니다. 말 그대로 경파한 게임이지요. 그리고, R-TYPE delta는 속편이자 리메이크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2D 게임 시절의 명작을 완벽하게 3D 게임으로 재생산 했다는 것 자체가 가치이며, 그와 동시에 시리즈 전체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합니다. 결국 delta는 R-TYPE 시리즈의 팬들에게 있어선 문자 그대로 환희가 느껴질 정도의 훌륭한 재탄생이에요.
  그리고, 이번 글의 주제인 레디언트 실버건은 문자 그대로 존재 자체가 '감동'입니다. 정말 감동적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내용의 질이나 양이나 모든 면에서 당대의 슈팅 게임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에 꿀리지 않는 종합적 완성도를 가진 게임은 20여년 슈팅 게임 역사 중에서도 그렇게 흔하지 않을 겁니다.

 = 지상 최후의 '블록 버스터' 슈팅 게임
  레디언트(영어니까 레이디언트라고 읽는 다고 하지만, 저는 저 표기가 좋아요) 실버건은 트레져의 슈팅 게임입니다.
  앞에서 한참 썰을 풀었는데, 감히 말하지만 레디언트 실버건은 지상 최후의 '블록 버스터' 슈팅 게임입니다. 이 게임 이후에도 대작이나 명작으로 칭송되는 슈팅 게임이 많습니다만, 이 게임 만큼 넓은 범위의 게이머를 대상으로 놓고 만든, 블록 버스터 형 대작 슈팅 게임은 나오지 않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적어도 '아케이드'에서는요.
  레디언트 실버건이 커버하는 범위가 넓다는 말이 이해가 안간다구요? 라이트 지향이기엔 너무 어렵고 긴 게임이 아니냐구요? 천만에요. 긴 플레이 시간과 많은 스테이지(와 보스) 수는 그냥 형식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이 게임 만큼 1시간 이라는 길이 안에 완급 구분과 스토리 전개, 그리고 발전되어 가는 난이도와 패턴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게임이란 게 이후로도 이전으로도 흔치 않다는 겁니다.
  문자 그대로 레디언트 실버건은 '(거의) 최초의 예술적 탄막계 슈팅'이며, 그것도 자기들 딴엔 진지하게 아케이드 시장과 슈팅 게임의 미래를 생각하고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 게임의 엔딩 내용을.
  반복되는 파괴와 신생의 역사. 그 것은 "지구가 멸망하는 날에도 나는 슈팅을 한다" 라는 장엄한 선언과도 같습니다. 전문 슈터가 아니라 단순히 슈팅이란 장르 팬에게 있어서 레디언트 실버건은 높은 완성도와 함께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 그런 작품인 것도 확실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에는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슈팅에도 블럭 버스터가 있을 수 있다, 라는 정도의 깊이 있는 내용 진행 및 게임 구성. 거기에, 스토리 전개나 음악 등 모든 면에서 정말 빠지지 않는 게임이었어요. 정말로 '대작'을 노리고 만들었던 게임이고, 이 게임이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히트 했더라면 아케이드 시장이 또 어떻게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망상도 품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 게임 이전에 그라디우스4가 망한 시점에서 아케이드는 이미 끝장났다, 라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는 사람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원래 아케이드 판으로 새턴 호환 기판인 ST-V를 써서 등장했던 게임이었지만, 아케이드 판은 사실 상 절반 짜리 미완성 버전이었고, 진짜 완성본은 새턴 판이었습니다. 오프닝과 엔딩 비주얼이 추가되었고, 용량상 아케이드에선 빠져있던 스테이지들이 새턴판에선 전부 복구(?)되었습니다. 새턴 판의 엔딩을 보고 났을 때의 느낌은 깊은 독기랄까, 그런 것과 접한 기분이었지요. 참 오래간 만에 클리어하는 보람이 있는 슈팅 게임을 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평가는 조금 씩 갈라지겠지만, 게임의 볼륨과 스토리 등 내용 면의 모든 방향에서 (어떤 의미론 그라디우스를 능가하는) '슈팅의 역사를 새로 쓸 뻔한' 작품이라고 해도 사실 과언은 아니었습니다. 문자 그대로 슈팅 팬들을 홀리게 만들 법한 강렬한 내용들의 폭격입니다. 그것도 보통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슈팅 게임의 파해 패턴이나 전통적 슈팅의 공략 방식이 통하지 않는 그런 새디즘에 가득 찬 '내용'이 가득차 있지요. 정말로 말 그대로 '감동'이었어요. 새디즘이 예술로도 승화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몇 안되는 슈팅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좀 비꼬아서 말하면, 과도한 열정, 기술력 집착, 어마어마한 물량공세, 게다가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새디즘을 통해서 드러나는 제작진의 '우린 이렇게 잘났다'라고 주장하는 스노비즘 까지… 아름답다 싶을 정도로 완벽합니다. 이런 슈팅 게임은 정말 이 이후엔 없을 거에요. 어떤 미친 크리에이터가 이런 게임에 도전하고 싶겠습니까. 하물며 같은 트레져가 제작한 [그라디우스V]만 하더라도 원작에 대한 오마쥬랄까, 속편의 한계를 넘지 못한 그런 정도에 그치고 말았는데 말이에요. (물론 그라디우스V는 이 게임 만큼이나 잘 만들어진 수작입니다만, 볼륨이 약간 작고 결정적으로 '속편'이란 게 문제죠. 이 게임은 '이 게임 하나 만으로' 오리지날 명작인데 말입니다.)
  이 레디언트 실버건이란 '작품' 다음에 나온 트레져의 슈팅 게임은, 고명한 '이카루가' 였습니다. 개인적으론 아무리 봐도 레디언트 실버건에 비교하면 적당히 스타일리쉬한 컨셉 만 남은, 진중한 내용보다는 경파함에 중심을 둔 게임입니다. 속성 변경도 결국은 모 아니면 도 라는 실험적인 느낌이었구요. 뭐, 철저하게 치밀하게도 게임을 만들지만, 적당히 '이 정도면 충분히 재미있지 않느냐', 라고 그냥 질러버리는 트레져 게임의 또 하나의 특징이 이카루가에서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습니다만. (트레져는 가끔 이렇게 '만들다 말았다~' 라는 게임도 나오지요)

 - 영원을 꿈꾸던 블록버스터 게임의 오케스트라 풍 음악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이상하게 길어져 버렸는데, 이 게임의 그런 크고 웅장한…, 뭔가 있는 것 같은 커다란 스케일감을 잘 살리는 데에 있어서 오우거배틀 시리즈의 작곡자이기도 한 사키모토 히토시의 음악은 적당히 과장된 똥폼과 연출적 요소와 함께 이 게임의 맛을 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의 그 오케스트라 스코어와도 비슷한 거죠. 영화 자체는 진지하다기 보다는 황당하지만 클래시컬한 오케스트라가 진지함과 열띈 분위기를 자아내는…, 뭐 레디언트의 음악은 그런 것과도 비슷한 결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타워즈의 메인 테마 만큼이나, 전형적인 같은 모티브 돌려쓰기나 여러가지 변주에 의한 다양한 화합적 구조를 갖고 있는 음악이지요. 사실 지구가 멸망하는 위기 상황에서 이 게임 중간의 오버 센스 개그나, 진득하고 느긋하게 밀려오는 적들 같은 걸 보면 이 게임의 오케스트라 음악은 묘하게 오버인 것도 확실합니다.
  일단 음악 자체는 굉장히, 그리고 확실히 훌륭합니다. 하지만, 미묘하게 인간적이란 느낌, 서정적인 감정이 조금 결여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굳이 말하면 바로크 적인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게임의 내용 자체가 단순한 개인의 스케일을 뛰어넘어 버리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최대한 인간에게서 떨어져서 탈 역사적인 큰 스케일을 웅장한 오케스트라 안에서 그려내고 있는 거지요. 이 게임의 음악은 감정의 흐름 보다는 게임 진행에 따른 사건 전개에 발 맞추어서 영상적인 이미지를 그려내, 게임 화면과 같이 게임 속 세계관을 바로 받아 들일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키모토의 오케스트라 풍 스코어는 이런 크고 허풍스런 느낌에 잘 걸맞습니다. 스타워즈에서 존 윌리암스의 관현악은 이야기 자체를 어떤 큰 스케일 감을 주는 도구로 쓰였듯이, 이 게임에서 사키모토의 음악은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슈팅 게임이란 틀 안에 묶어 놓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그 큰 스케일의 이야기에 걸맞는 청각적 상상력을 자극하게 하지요. 그런 면에서 볼 때 레디언트의 음악은 '인간'은 적지만 인간의 크기를 넘는 '우직함' 같은 게 있지요.
  그에 비교하면, 이카루가는 개인적인 싸움이고 작은 분쟁에 지나지 않지요. 그래서 곡들 자체도 보다 더 열띈 분위기에 보다 개인적인 격정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중후한 느낌으로 분위기만 열나 잡고 있는 레디언트에 비교하면, 이카루가의 음악은 보기와는 달리 열혈로 꽉찬 그런 경파한 곡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물론 이카루가도 충분히 중후한 느낌을 잡으면서 스케일 감을 키울려고 애를 씁니다만, 사키모토가 만들어 놓은 레디언트의 복잡 다단한 이미지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따지고 보면 이카루가의 보스 음악들은 그냥 눈 앞을 가로 막는 장애물에 지나지 않으니, 눈으로 보기엔 다른 보스들이지만 다 비슷비슷하게 여겨지기 쉬울 겁니다. 그래서 그냥 막 곡을 겹쳐써도 이카루가의 조종사들(=플레이어들)에겐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보스는 1라운드의 리테이크. 대충 어떤 식인지 알겁니다. 전형적인 슈팅 게임 음악이에요. 스테이지 음악 있고, 보스 음악은 공통적으로 들어가고. 그에 비하면, 레디언트의 음악은 곡 하나가, 한 시간대. 즉 큰 에리어 하나 전체를 지배합니다. 보스 음악이기도 하고 스테이지 음악이기도 한 거죠. 이런 면으로 보면 레이크라이시스 같은 것들과도 통하는데, 실제로는 이게 하나의 교향시 안에서 여러 악장으로 나뉘는 것 같은 효과가 되는 거죠. Ruins, Rememberance, Evasion등으로 제목이 붙은 곡들은, 같은 제목이 붙은 스테이지 내내 흐르면서 그 스테이지 안에 음악적인 스토리를 집어 넣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의 곡이 경쾌함과 동시에 어두움이나 다른 여러가지 네거티브한 감정을 같이 갖게 되고, 곡이 흐르는 도중에 한 가지 멜로디 모티브 안에서 포지티브와 네거티브의 두 가지 감정이 멜랑콜리하게 뒤섞여서 결합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이 뒤섞이면서 인간의 스케일을 넘는 큰 사건에 어울리는 '大河(대하)'와 같은 느낌을 이끌어 내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앨범을 처음부터 쭉 듣고 나면 도입과, 전개, 반전, 결말이 존재하는 전형적인 기승전결 식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큰 교향악을 들었다는 느낌이 나지요. 레디언트의 음악이 하나의 걸쭉한 물이 느긋하게 흐르는 '큰 강'과 같다면, 이카루가의 음악은 빠르고 경쾌하게 흐르는 작은 개울물과도 같습니다. 당연히 이카루가가 보다 개인적이고 서정적인 음악이 되지요. 이렇게 단수 비교를 할만큼 두 게임의 음악이 간단한 건 아니지만, 비유를 들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물론 이 앨범의 CD 안에는 게임에서 사용된 곡과, 동시에 MIDI제작의 원곡 버전이 같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곡들을 두번 듣게 되긴 하지만 적어도 실제 게임에 사용된 부분만 처음부터 순서대로 뽑아 듣는다면 그런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게임 전개 전체에 잘 녹으면서 그 분위기를 띄워주는 레디언트의 훌륭한 음악을 이끌어 낸 사키모토의 오케스트라 편람식 음악은 상당한 가치가 생기게 됩니다.
  다만 이후로 사키모토는 슈팅 게임 음악을 하지 않고, 막상 사키모토의 슈팅 게임 음악은 그라디우스V로 이어지는 데 '그라디우스' 적인 요소가 사키모토 풍과 결합한 결과는 한 마디로 '아름다운 혼돈'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던 사키모토의 기용은 그라디우스V에 득이 되었어요. 레디언트 실버건에서 사키모토의 기용은…, 글쎄요. 결론 내리기 좀 애매합니다. 게임 전체적으로 볼 때엔 분명히 아름다운 '조화'와 '화음'을 들려주고 있지만, 멜로디 하나 하나의 개인적 서정을 자극할 만한 요소로는 좀 약해요. 전체는 웅장하지만 부분으로 들어가면 좀 거칠다는 느낌일 까요? 그래서 이카루가의 강인함을 더 맘에 들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만.

 = 사키모토 히토시란 작곡자에 대해서 사실 전 별 다른 추억이나 어떤 지식이 없습니다. 오우거배틀 시리즈는 그냥 맛 만 본 정도고, 이 사람의 다른 게임들과도 별로 친하지 않은 편입니다. 따지고 보면 제 취향도 은근히 편중되어 있는 편이거든요.
  제가 사키모토에게 별 감정이나 추억이 없는 것과 비슷한 의미는 아니지만, OST는 어떤 의미에선 밋밋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게임 플레이 도중에 느껴지는 그 감각을 효과음이나 육성들이 빠져있는 음반 만으로 말할 때 밋밋하다는 이야기지요. 곡들 수준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편이고, 게임에 사용된 원음과 MIDI로 만들어진 원곡들이 같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하면서 기술적인 걸 연구하기에도 좋습니다. 해서, 음반 자체는 딱 한 마디로 말해서 '명반급'입니다. 이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게임음악 음반은 사실 별로 없어요. 러닝 타임도 전반적으로 긴편이라서 가격대 성능비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고요.
  게다가, OST를 듣고 있다가 머릿 속에서 뇌내 보완되는 게임 본편에서 감동적이던 장면들, 라스트 보스와 싸울 때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그 여러가지 육성들과 효과음들이 뒤섞여서 만들어지는 작은 혼돈 같은 여러가지 감정들이 뒤섞입니다. Evasion의 흥겨움을 뛰어넘는 깊은 불안감이나 여러가지 느낌. Ruins나, Penta 같은 곡들이 주는 불안감과 곤혹감. 기타 등등 여러가지 상념과 정서가 이 게임의 음악에 녹아서 하나의 깊은 흐름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흐름은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 될 수록 단조로와 보이지만 깊이가 있는 오케스트라 스코어 안에서 잘 우러납니다.
  그리고, 마지막 보스 곡이 끝날 때에 그 마지막 순간에 들려오는 한 마디. (당신을 XX하고 있어요.) 이어지는 동영상 음악들과, 비슷비슷한 모티브의 반복이지만 상황에 맞춰서 분위기가 오르락내리락하고 텐션을 쥐었다 폈다하는 연출적인 면을 잔뜩 갖고 있는 이 게임의 음악은 확실히 수준급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이 갖고 있는 그런 큰 스케일 감의 표현에 있어서, 온갖 겉멋이 다 들어가 있는 사키모토의 오케스트라 풍 음악이 일조를 하는 면도 상당히 강합니다. 곡 자체의 힘은 좀 약하지만, 그 것들이 게임 속에서 화면과 스토리와 구성 같은 다른 요소들과 하나로 어울린 앙상블은 한 마디로 아름답습니다. 뭐, 오케스트라가 아니고 락이었다면 확실히 스케일 감은 좀 줄어들겠지요. 곡 자체의 힘은 이카루가 급으로 올라갔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제가 레디언트 실버건이란 게임에 대해 갖고 있는 '큰 느낌'은 사라졌을 거에요. 뭐, 그건 그것 나름대로 괜찮긴 할 겁니다만.

 - THERE IS LIFE EVERYWHERE
  파괴와 신생의 역사는 몇번이고 반복되겠지만, 언젠가 조금씩 변화하고 진화하는 인류는 그 닫힌 고리에서 벗어날 지도 모른다는 너무나도 뻔하지만 그런 결말입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슈팅의 바람은 온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요. 뭐, 사실은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겠죠.
  게임의 설정이나 내용은 그렇다 치고, 캐릭터 디자인 자체에는 과연 이 캐릭터 들이 이 게임에 어울리는가 싶을 정도로 조금 오버 센스인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성우들의 전형적이지만 좋은 연기들과 적당히 섞여들어간 코믹 연출에 다가 이런 종류의 '절망'이 강조되는 슈팅 게임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모티브인 '특공'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의미에서 정말로 이 게임은 복고이면서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나온 비교 대상이, 이 게임 다음에 등장한 이카루가인데, 개인적으로 이카루가는 어느 정도는 과대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카루가는 레디언트 다음이기 때문에 비교적으로 평가 절하되는 면이 있기는 합니다. 물론 그렇게 말하면 레디언트 실버건도 굉장한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고요. 사실 지금 보면 꼭 그렇게 발란스가 완벽한 게임이라고 하기는 힘들어요. 앞에도 언급했지만 게임이 너무 규모가 크다는 느낌이거든요.
  [그라디우스V]도 짧은 게임은 아닌데, 그에 비교해서도 크니까요. 블록 버스터란 말이 비꼬임처럼 느껴질 정도로 길고 큰 슈팅 게임이지요. 도돈파치나 이카루가는 레디언트에 비교하면 짧고 간결한 게임이지요. 조금 빗나간 이야기지만, 도돈파치 대왕생을 욕하는 사람이 이카루가를 칭찬하는 자체가 개인적으론 이해가 안가요. 따지고 보면 둘 다 결국 암기 게임인데 말이에요.
  레디언트 실버건도 외우는 게 좋은 게임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외우지 않고 그 자체로 내용과 흐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스테이지가 길고 느긋합니다. 물론 진행도 한참인데다가 보스 전도 결코 적은 게 아니라 꽤 잦은 편이고, 최종 스테이지는 보스 전만 연달아 나오는 주제에 난이도는 상당히 극악하니 결코 쉬운 게임은 아니죠. 결정적으로 플레이 타임이 너무 깁니다. 1시간은 우습게 걸리니까요. "너무 길다"라는 말도 있지만, 꼭 굳이 외우려고 들지 않고 '적당히 진행해서 엔딩을 볼 수도' 있는 게임이란 면에서 새턴 판 레디언트는 충실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새턴 판 들어와서 레벨이 저장이 되는 데다가, 이건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보여주는 적 청 황의 세계관에 얼마나 몰입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고득점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정 귀찮으면 호밍 레이저만 계속 쓰면서 버텨도 되고, 매니악한 플레이 방법이나 그냥 평범한 방법이나 어느 쪽이던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스테이지 구성 자체도 외우지 않으면 못 깨는게 아니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외워지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카루가가 결코 재미없는 게임이 아니고, 단지 레디언트에 비교해서 조금 떨어진다는 거지요. 즉, 레디언트 실버건이 이카루가 보다 조금 더 초보자들도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는 게임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결과적으론 레디언트도 초보자들을 포용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말을 하기는 좀 어렵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이카루가의 음악은, 유감스럽지만 제가 들었을 때엔 아무리 봐도 레디언트 보다 조금 떨어집니다. 물론 이카루가의 경우는 기획자 겸 디렉터가 직접 음악까지 작곡하고 있는 특이한 경우인데(단지 돈이 없고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레디언트 보다 더 감정이 잘 들어나 있고, 플레이 자체에는 더 어울릴 수도 있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다만, 게임 전체적으로 볼 때에 한 순간의 강한 인상에만 몰두했다는 기분이 들어서, 게임 전체 적으로 일관적인 흐름이란 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 까요? 곡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일관성 있게 통일되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그 것이 미묘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스테이지 별의 개성에 충실한 전형적 슈팅 게임음악이란 것입니다. 그런 유기성의 부족함은 일반 슈팅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레디언트 실버건 다음 작에서 그런 유기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조금 실망스러운 요소이기도 합니다. 곡 자체는 레디언트나 이카루가나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레디언트는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큰 느낌의 게임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풍으로 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꼭 오케스트라여야 했을까 생각해보면 찬반양론의 의문이 남게 되거든요. 사실 게임을 하고난 다음에는 레디언트에 클래시컬 오케스트라 이외에 다른 장르의 음악이 어울릴 거란 생은 안듭니다만, 만약에 VAPOR TRAIL(공아) 처럼 강렬한 헤비 메탈로 깔아버렸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죠. 굉장히 경파하고 컬트 적인 느낌이 날 거란 생각은 안 드십니까?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 이 게임은 스테이지가 꽤 길기 때문에 몇 분 동안 계속 이어지는 일렉 기타 소리에 먼저 질려버리는 사람도 꽤 나왔을 거고, 이 게임의 전체적인 미학을 좀 해치는 느낌도 들겠지만 말이에요.
  결과적으로 레디언트의 이 전형적이고 완성도 높은 오케스트라 풍 음악은, 게임 자체가 커다란 반석처럼 두텁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더 깊이 있어 보이는 똥폼'의 일부분으로 상승효과를 얻어 뇌내보완 처리되어 버린 셈인데, 이 것 때문에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는 만큼 제가 혼자서 평가하기는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레디언트의 조금 딱딱한 느낌의 이 오케스트라는 장엄이란 정서와 함께 묵직한 무게감을 남겼고, 그게 이 블록 버스터 급 슈팅엔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레디언트 이후로 슈팅 게임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
  레디언트 실버건이 나온 이후에도 유수한 슈팅 게임의 걸작들이 나왔습니다. 앞에도 언급했던 이카루가나, 도돈파치 대왕생을 비롯하여 여러 게임들이 슈팅이란 장르의 틀 안에서 자신들이 주장하고 싶은 한 가지를 최대한 어필하는 그런 게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레디언트 실버건은 그 모든 것들을 다 갖고 있으면서 그 전체를 하나의 기치 안에 완벽하게 묶었습니다. 레디언트에는 슈팅의 거의 모든 요소가 총망라 되어 있는 것입니다.
  특히, 레디언트의 뒤에 나온 [사이바리아]는 '블록 버스터' 풍의 짬뽕인 레디언트에서 벗어나, 소위 '튜터리얼 슈팅'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사이바리아]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들어가면 '탄막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선보였던 이 레디언트 실버건 때문입니다.
  그리고, [식신의 성]같이 스토리 중시의 슈팅 게임도 등장하기 시작했고, 탄막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만 목숨을 거는 슈팅 게임들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오락실의 대세는 막을 수 없었고, 레디언트 실버건은 문자 그대로 마지막 '슈팅 블록 버스터'가 되었습니다. AM쇼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했다는 [그라디우스]와 [다라이어스] 신작의 전설은 옛날이 되었고, 지금 슈팅 게임은 오락실에서도 중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결국, 지금 시대에 필요한 슈팅은 역시 '팡'의 속편인 것 같습니다. 쉽고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그게 귀여운 캐릭터와 결합하여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그런 슈팅 게임 말입니다. 그래도 이미 아케이드는 역사의 유물처럼 주류에서 밀려나 버렸고, 슈팅은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이 레디언트 실버건 같은 대작 게임으로도 소위 '대세'를 뒤집기는 불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레디언트 실버건의 (결과적으로) 빗나간 과욕이랄까 열정은, 그 게임을 기억하고 그 음악을 즐기던 사람들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묵직한 무엇인가로 남았습니다. 그것이 이 레디언트 실버건이란 블록 버스터 슈팅 게임의 음악이 담긴, 이 음반의 가치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 2005. 2. 15. DAIN (19일에 일부 수정, 첨부)

 P.S. : 물론 이 글은 그 음반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게임의 이름 값을 빌어서 띄워주려는 글이지요. 이 앨범은 몇 안되는 '재판이 나온' 게임음악 음반입니다. 그 것만으로도 이 게임의 비범함과 이 음반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론 영화음악적인 게임음악의 교과서이고, 어떤 의미론 블록 버스터를 노리다가 컬트 명작으로 주저앉은 비운의 작품을 추억하는 사람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요. 모든 게임음악 음반은 이렇게 추억을 파는 상품입니다만.
  어쨌든 결과물 자체는 아름답고, 그 가치는 아는 사람은 아는 것 이상으로 충실합니다. 아마 이 음반은 1990년대 유수의 게임음악 음반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안에 들어갈 거라고 저는 한 치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물론, 이 음반에 대해서는 제 글 말고 신종무 님의 글도 한번 읽어보실 가치는 충분할 겁니다.

  이카루가에 대해선… 언급할 기회가 있으면 따로 언급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분간은 아닐 것 같군요. 곡 별 감상이나 다른 디테일 적인 이야기에 대한 언급들은 이후로 미루겠습니다.

레디언트 실버건에 대해서 용당주 님의 감상문도 추천합니다.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등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글입니다만.
by 다인 | 2005/02/17 16:53 | 게임음악 단상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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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런저런 망상의 공간 at 2005/10/03 22:16

제목 : RADIANT SILVERGUN 불완전 감상...(..
RADIANT SILVERGUN SOUNDTRACK+ - TrackBack by DAIN %레이디언트 실버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포스트를 트랙백하였습니다. 어제 미국계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우연찮게, 정말로 우연찮게 구한 것은... RADIANT SILVERGUN CD 이미지 파일....의 torrent형태... 밤새도록 컴퓨터를 켜두면서 전송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받아내는데 성공, 밤새면서 눈......more

Commented by 라피 at 2005/02/18 11:14
전체적인 내용과 음악에 대한 부분은 동감합니다(^^)...만 블록버스터라기보다는 전 그냥 "ART"라고 느꼈군요. 98년은 좋은 해였죠(;)
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5/02/18 23:49
정말 게임 자체로서도, 음악으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NOT DiGITAL
Commented by 벨제뷔트 at 2005/02/19 02:02
아름다웠습니다... 게임도, 음악도, 리뷰도. (제가 이 이상 쓰면 사족이 될 듯)
Commented by 다인 at 2005/02/19 02:08
벨제 > 이 리뷰도 아직 부족한 면은 있습니다. 음악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으니까요.
Commented by SEGAONI at 2005/12/19 08:58
최근 세가새턴용 건프론티어를 다시 즐기면서, 레디언트 실버건의 위대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인류절멸을 바탕으로 게임개발자들에게 던지는 나레이션까지 히로시 이우치씨의 장인정신은 아마도 두고두고 회자될 것입니다. 저또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슈팅게임을 꼽으라면 레디언트 실버건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의 후속작 이카루가도 물론 좋아합니다만..이카루가 페이퍼를 만든 후 아직까지도 개인적인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레디언트 실버건 페이퍼를 미루는 이유는 과연 이런 작품을 내 마음대로 평가하는 것이 괜찮을까 하는 노파심에서이기도 합니다.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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