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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learning to live with a lot of things" - 다양하게 사는 법을 공부하는 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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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2월 24일
고지라 파이날 워즈

백금기사 님의 고지라 파이날 워즈 글도 읽어보시길. 잡다한 감상문인 제 글에 비해서 알맹이만 쏙 뽑아놓은 훌륭한 글입니다.

* 중요한 내용은 눈가림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게는 내용 까발림이 될 수 있는 언급이 있으므로 읽으시길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고지라 FINAL WARS (ゴジラ FINAL WARS) - ★★★

# 토호
# 2004년 12월 4일 개봉
# 컬러 125분
# 감독 : 키타무라 류헤이
# 각본 : 미무라 와타루
# 특기감독: 후루타니 타쿠미
# 음악 : 케이스 에머슨
# 출연: 마츠오카 마사히로, 키쿠가와 레이, 타카라다 아키라, 케인 코스기, 키타무라 카즈키, 미즈노 마키, 돈 프라이, 사하라 켄지, 미즈노 쿠미, 이부 마사토

20자평 : 고지라 VS X맨. 그러나, 재미는 충분히 있다.

STORY
 1954년 이후, 계속해서 일본 각지를 유린해오던 고지라는 굉천호와의 대결 끝에 남극의 얼음 속에 파묻히고 만다. 이후, 고지라 이외에도 지구 각지에 등장하는 거대 괴수들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UN 주도하에 결성된 '지구방위군(EDF)', 그 중에서도 특수한 능력을 가진 '뮤턴트(...)' 인류로 편성된 'M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방위체계가 성립되었다.
  그러나, 21세기의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의 주요 도시를 괴수들이 습격하기 시작하고 EDF의 특수 부대들이 괴수들의 영격에 나서나, 정작 그 괴수들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우주선에 의해 모두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우주선에서 등장한 것은 지구인과 우호를 맺고자 하는 X 성인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X성인은 지구를 정복하려는 야망을 드러내고 여러 괴수들을 조종하여 지구의 각지를 공격하기 시작하며, M기관의 특수부대원 전사들 대다수도 외계인의 마수에 걸려서 위기에 처한다. 간신히 굉천호에 도착한 고든 대령과 오자키 대원등 몇 명은, 외계인이 조종하는 괴수들과 싸우기 위해서 지구 최강의 생물 고지라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결단을 내리고 남극으로 향한다.
  과연 지구방위군은 X성인을 물리칠 수 있을까? 괴수왕 고지라는 외계인의 괴수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초특B급 종합 쌈마이 괴수 액션에 도전하라!
 - 일단 이 영화는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예상을 초월했다', 고 해둬야 한다. 사전에 공개되어 있던 괴수 디자인이나 슈트의 조형 등이 여러가지 면에서 종래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기괴한 것들이 많았던 데다가, 누구나 봐도 금방 알수 있는 고전 고지라 영화 [괴수총진격]의 컨셉을 노골적으로 가져왔다는 것 때문에, 그리 좋은 인상을 가지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영화는 [괴수총진격]을 비롯하여 [괴수대전쟁] 등 여러 60년대 고지라 영화들의 컨셉을 뒤섞어서 오마쥬 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사실 딱 그 수준의 영화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하면 괴수대전쟁과 괴수총진격을 섞어서 리메이크한, 60년대 고지라 영화(아니...토호 영화의) 총집편에 해당한다고 해야 할려나.

 = 하지만, 이 영화는 재미있다. 웃긴다. 넘쳐흐르는 B급의 혼이 이 영화 전반을 상당히 이색적이면서도 재미있게 꾸며주고 있다. 앞에도 언급했지만 단순한 B급 쌈마이가 아니라 꽤 다양한 캐스팅과 볼거리를 넣어서 다채로운 재미가 있으며, 이 영화 본편은 결코 재미 없거나 진부한 영화는 아니다. 토호 상층부의 프로듀서들이 뭔 생각으로 키타무라 류헤이를 썼는지는 몰라도, 키타무라의 스타일이 고지라 영화에는 안 맞는 다는 많은 사람의 예상을, 결과적으론 예상을 깨부수고서 볼만한 영화를 만들어 놓았다.
이 것은 감독의 힘이기도 하고, 유치하지만 적당히 잘 굴러가주는 (저예산) 특촬 연출이나 배우의 호연도 크다. 각본도 충분히 적당하게 유치하며, 대충대충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짜 맞춰진 체, 뻔한 도식과 유치함 사이에 적당히 다리를 걸치고서 보는 사람을 웃겨준다.
 (M기관의 전사들이 외계인의 우주선 안에 들어가서 열나 싸우고 있는데, 영화 초반에 잡혀간 높으신 노인네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도와주면서 "때마침 자력으로 탈출 할수 있었네" 이딴 대사를 뻔뻔하게 읊어주니 뭐라 할말이 없는 게 아닌가. 그러고서 광선총으로 외계인 하나를 맞추고서 "내가 젊었을 때엔 명사수 였다네" 이래버리시면, 배우인 타카라다 영감님께서 60년대 고지라 영화에서 활약하시던 걸 안 떠올릴 수가 없으니, 팬에 대한 윙크이기도 하고...)

그래서, 키타무라 식 고지라는 볼만 한가?
 - 키타무라 류헤이는 고지라 시리즈가 존폐의 위기에 처한 이 각박하고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보인다. 그와 동시에 기존 고지라 영화들에서 지켜온 최소한의 한계마저도 거의 다 깨부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확실히 고지라 영화에서 하지 않을 것 같던 것만 다 하고 있다. 괴수와 인간의 맨몸 싸움이라던가, 초능력자 끼리의 액션이라던가. 심지어는 엑스맨 농담 등, 단순한 괴수영화의 플롯을 거부하고 인간을 중심에 놓고서 괴수는 도구처럼 다루고 있다. 뭐, [괴수대전쟁]도 그런 외계인 침략 물의 플롯이긴 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 자체에선 벗어났더라도, 키타무라 식 고지라는 생물적이랄까 여러가지 면에서 액션 히어로 다운 똥폼을 몸에 익혀서 종래 고지라와 차별되는 자신 만의 개성을 확보하는 데엔 성공했다고 보인다.
  그리고, 약간 살이 빠지고 피부가 거칠어 졌지만(이번 작의 고지라 슈트 자체는 소화 후기의 그 못생긴 메가로 슈트처럼 생겨서 그리 좋은 조형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대신 더 빠르고 화끈하게 움직이며 액션을 펼치는 고지라는 여전히 60년대 초중반 풍의 "인류의 편은 아니지만, 다른 괴수와 싸우러 다니는 괴수"(고지라가 마운트 자세에서 해머 펀치를 때리는 게 그리 흔한 볼거리라 생각마라!)로써 강한 인상을 남긴다. 게다가 양발과 꼬리로 몸을 지탱하고 우주를 향하여 발사하는 '고지라 캐논'이라던가, 울트라맨 티가 스타일의 에너지 흡수, 게다가 상대 괴수와 콤비로 펼치는 소림 축구 풍 액션 등, 적지 않은 오버 액팅과 개그가 아슬아슬하게 이번 작의 고지라란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다. 다행이 전봇대를 담배처럼 물고 장고 흉내를 내거나, '발도술'은 안 쓰긴 하던데(...).
  상대적으로 다른 악역 괴수들은 시간 문제 상 휙휙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강한 푸쉬를 받은 가이강이나 몬스터X는 20세기 후반의 등신대 히어로 특촬물의 괴인처럼 보일 정도로 날렵하고 샤프한 맛이 있다. 다만 화면이 너무 회색 빛이라서 조금 색감이 부족한 감이 있긴 한데, 이 건 예산 때문에 CG 후작업이 미흡한 걸로 쳐주고(두둥)... 일단 그 들이 펼치는 액션은 역대 고지라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고, 소화 가메라의 쌈마이함이나 평성 가메라의 똥폼도 뛰어넘어 버리는 장대한 것이다.
  거기에 옛날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도 잊지 않고 있다. 옛날 고지라 시리즈의 배우들이 노역으로 캐스팅 되어 있으며, 케인 코스기 등 울트라맨이나 전대 등 다른 TV 특촬 쪽에서 활약한 배우들도 얼굴을 비치며, 평성 고지라 시리즈의 배우들도 카메오로 등장하는 등, 2000년 이후의 고지라 시리즈에 공통되는 버라이어티 게스트 출연도 계속된다. 그런 식으로 이 영화는 고지라 시리즈의 틀을 다 까부수면서도 옛날 60년대 시리즈 특유의 흥청망청 분위기가 잘 녹아서 뒤섞여 있다.
 = 즉, 60년대 고지라 영화의 쌈마이 엑기스를 90년대 이후 일본의 영상기술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다. 물론 감독 특유의 성향이냐 색깔, 재해석들이 들어가서 보다 잡다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이 것은 이 나름대로 괜찮다. 분명히 재미는 있고, 시간 아깝다 생각은 안드니까. 원점회귀니 뭐니 하면서 폼만 열나 잡다가 재미가 없어지는 것 보다는, 이렇게 액션 다이제스트로 쫙 이어 붙이면서 옛날 시리즈의 유치한 코드들을 현대적으로 재활용하는 게 차라리 순수해 보이고 눈에 거슬리지 않는 애정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남극기지의 외국인 대원 이름이 글렌이라던지 하는, 장난 스러운 세세한 디테일부터 시작해서, 이야기 자체는 옛날 60년대의 구태의연한 그것 임에도 각각의 장면을 21세기식 쌈마이 연출로 바꾸어서 꾸며놓은 것 만으로도 키타무라식 오버 액션과 함께 이 영화를 종래의 고지라 영화와 확실히 차별되는 뭔가로 만들고 있다.
  영화 도중에 "요성 고라스" 언급 나오는 거 보고 웃을 정도면 꽤 토호 특촬 영화들을 즐겨보신 분들인 거고, 케인 코스기와 마츠오카 마사히로가 오토바이 타고 미션 임파시블 흉내 내는 거 보고 웃는 건 요즘 젊은이 들일 거다. 이렇게 구세대와 신세대 양 쪽 모두가 포용이 되는 쌈마이 영화라는 것도 사실 그리 쉬운 게 아니긴 하다(웃음).

잘 만든 '괴수 영화'의 한계
 - 54년 이후로 50년이란 긴 세월동안 스크린을 활보해온 역사적 캐릭터 '고지라'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최종작이 될지도 모르는) 영화로써, 파이날 워즈는 단순히 감독 이름 값 보다는 고지라란 캐릭터 이름 값을 확실히 하고 있다는 게 의의이다. 물론 감독 키타무라 류헤이도 이런 빅 캐릭터를 일방적으로 자기 멋대로 꾸밀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고지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종래의 고지라 시리즈 영화에 나오던 공식들을 파괴, 키타무라 식의 등신대 액션을 도입하여 이중적으로 꼬아 놓았다고 할까나.
  결국, 좀 심하게 말하면 이 영화는 키타무라 식으로 재해석된 고지라 동인 필름에 가깝다. 하지만, 84년의 리메이크판 고지라 이후로 이 영화 만큼 재미있는 고지라는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다. 60년대 고지라 시리즈(+토호 특촬영화들)에 대한 오마쥬와 동시에, 현재 인기 있는 헐리우드 영화들의 패러디를 뒤섞어서, 그 위에 키타무라 식의 쌈마이 액션을 잘 발라서 구워낸 당의정과 같은 영화라고 하겠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초기 주성치의 유치뽕빨 개그 액션 물이나, 옛날 심형래의 아동대상 액션물과도 상통하는 '유치하면서도 독자적인 재미'의 경지에 성공적으로 도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 영화는 '잘 만든 고지라 영화'에는 넣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잘 만든 '쌈마이 액션' 영화이고, 잘 만든 B급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고지라란 괴수 캐릭터가 아니라 고지라라는 영화 시리즈가 계속 이어 가지고 온 최소한의 괴수 엔터테인먼트란 면에서 볼 때 이 영화는 충분히 합격점이다.
  즉, '잘 만든 고지라 영화'는 아니지만 '잘 만든 괴수 영화'라는 건 확실하다. 요즘은 애들도 유치해서 저런 거 안 본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보고 나서 졸라 유치하다 이야기를 하길 바란다. 유치하지만 분명히 재미있고 보기도 즐겁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스타 게이트]나 [인디펜던스 데이] 급의 재미는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게 고지라 팬들이 고지라 영화에서 바라는 재미와는 조금 다른 것이란 점을 제외하면 누구나 (생각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말 하겠다. 결국 이 영화는 고지라 팬들에겐 외면 받았다. 하지만, 고지라에 대한 애정 같은 것과 거리가 먼 우리나라에서라면 어떨까? 애들 대상의 액션 영화로써 충분히 먹힐 만큼 재미있는 영화인 것은 확실하다.

괴수영화의 이퀄리브리미엄
 - 물론, 이 영화에 여럿 등장하는 괴수 캐릭터나, 고지라 시리즈의 역사나 전개에 대해서 좀 알면 원 없이 웃을 수도 있고, 괴수 이외에도 인간 측의 이야기 전개도 결코 후줄근하지 않다. 저 놈들과 어떻게 싸우지 하면서 방안에서 인상쓰면서 회의하거나 하는 재미없는 전개는 적어도 이 영화에선 찾기 힘들다. 이 영화에선 인간이 등신대로 괴수들과 싸우고 있단 말이다.
  이건 고지라 영화에서 아주 보기 드문 일이며, 그 인간들의 액션들이 키타무라 감독 특유의 쌈마이한 연출에 섞여들어서 꽤 재미있는 패러디 거리들로 재생산 되었기 때문에 '패러디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 여러가지 면에서 다양한 관객들과 다양한 층을 공략하기 위해, 기본적인 공식을 깨버리고 감독의 연출하에 통제되는 (고지라가 등장하는) 버라이어티 쇼와 같은 단계로 승화된 것이 이 [파이날 워즈]란 영화인 것이다.

 = 보는 사람에 따라선 대체 뭔 생각이냐 싶을 정도로 '막나가는' 면도 없지는 않지만, 이는 고지라 시리즈 본래의 개성 만이 아닌 감독 특유의 색체가 작품 안에서 우러나는 것 뿐이고, 종래의 키타무라 영화에 비교한다면 이 영화는 그나마 비교적 시리즈 본래의 개성 때문인지 필요 이상으로 오버 액션을 자제한 편이다(물론, 실제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게 어디가 오버 액션을 자제한 거냐!" 라는 말을 하실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자제하고 있는 거다…).
  전반적으로 블루나 회색 톤인 화면 위에서 왁자지껄 나오는 인간 액션이나, 괴수와 괴수끼리 펼치는 배틀 자체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들에 비하면 택도 없는 저예산이기 때문에 조금 화면의 질이 떨어져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액션 자체는 상당한 볼거리가 있다. 초반에는 얌전히 잠들어 계시다가 간만에 일어나신 우리의 졸라짱센 고지라 선생 께서는 원 없이 날 뛰어 주시며, 그 앞에 추풍낙엽처럼 대다수의 적역 괴수가 너무 쉽게 나가떨어지는 탓에 적으로 등장하는 괴수 캐릭터들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긴 하지만, 이것은 역으로 '괴수'란 특이성에 의존하지 않고 액션 자체의 재미를 최대한 살리는 결과가 되었다고 할수 있다. 원래 괴수의 개성이나 그런 것과 상관없이 괴수와 뮤턴트 특수부대들을 통해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키타무라 식 액션들은 장관이다. 특히 킹시이사의 발리 킥이라던가, 안기라스의 롤링 어택이라던가, 게다가 밑도 끝도 없는 가이강 띄워주기 및 카이저 기드라의 등장 등등, 여러가지 재해석이 이 영화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럭저럭 볼만한 액션 연출로 승화되어 있다.
  그리고, 앞에도 언급했지만 소화 고지라 시리즈의 장면들을 모티브로 한 재해석 영상들도 적지 않고, 그와 동시에 고지라 영화 이외에도 유명한 헐리우드 영화나, 중국 영화 등등(심지어는 심형래의 용가리와도 조금 통하는 면이 있다?!)의 장면 시퀀스를 가져와 일본식 특촬술과 고지라 영화 안에서 패러디 적인 것을 대놓고 해버리는 담대함은, 이 영화의 개성이다.
  매트릭스나 미션 임파시블2의 오토바이 액션이나, 스타워즈의 우주선 액션, 소림 축구의 킥 장면 등등 여러 장면들이 고지라 영화 속에서 재구성, 패러디로 등장한다. 이런 것들이 은근히 웃기기 때문에 사실 패러디 영화로 봐도 이 영화는 재미있을 정도다. 그 만큼, 잡다한 걸 뒤섞은 잡동사니 영화이며, 그와 동시에 종래 60년대 고지라 영화 특유의 쌈마이한 맛과 유치한 재미를 살리면서 감독 본인의 개성도 놓치지 않고 있는 것, 이 잡스럽지만 유쾌한 혼돈이 이 영화의 주된 재미이다.

Well-made B-rated.
 - 해서, 이 영화는 분명히 잘 만들어진 영화다. 단지 이 영화가 현재 국내 관객들이 많이들 원하는, 자로 잰 듯한 기성품 형태의 웰 메이드 작품이라곤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일반적인 국내 관객들에게도 나름대로 유니크한 맛을 줄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혼돈이 쉴 틈 없이 밀려오기 때문에 이 영화는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당연히 극장에서 봐줘야 하는 작품이고, 일본 영화계의 장단점과 한계를 엿보기 위해서도 한번 봐둘 만한 작품이다.
  딱 잘라 말해서 여러가지 의미로 일정 수준선에 충분히 도달한 작품이니, 일반 영화 관객이라도 한번 정도는 봐둘 만한 작품이다. 기대의 수준을 낮추고서 아이들과 함께 보러가면 은근히 즐겁게 보고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본인은 장담한다.
  이 영화는 그 특유의 쌈마이 정서를 끝까지 고수하고 밀어 붙여서 일반적인 관객들을 질리게할 만한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관객들을 심심하게 하지는 않고 최대한 텐션을 유지시키면서 계속 뭔가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시간 낭비를 시키지 않는 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이 영화의 완성도는 높게 쳐줄 가치가 있다.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실 심형래의 용가리는 이 영화 같이 팍팍 막 나갔어야 한다. 하지만, 괜히 진지한 척 무게 잡다가 시간 쫓겨서 휙휙 넘어가는 것 보다야, 이 영화처럼 그냥 달려주는 게 차라리 팬에게도 일반 관객들에게도 무난하게 받아 들여졌을 것이다. 아무리 돈을 바른다고 헐리우드 영화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 이 영화는 그래서 그런 면에서 참 자유롭다.
  "운 좋게 자력으로 탈출 할 수 있었다~"라고 뻔뻔하게 등장해서, "내가 젊었을 때엔~" 어쩌고 하는 노역 배우의 능글 맞은 웃음이 이 영화를 상징하는 것이다.
  소위 골동품 고지라 팬이라면 이 영화는 컬쳐 쇼크 급이 될 수도 있고, 헐리우드 고지라에 불만을 가졌던 사람이나, 근래 들어서 눈에 띄는 액션이 부족한 고지라 영화들에 실망한 사람들에겐 의표를 찔리는 굉장한 작품일 수도 있다. 일단 2시간여의 긴 러닝 타임을 이렇게 지리하지 않게 끌고 가는 데 성공한 감독에게 박수를 쳐야 하며, 단순한 향수 자극이 아니라, 오마쥬 레벨로도 이미지 혁신으로도 한 가닥 해냈다는 데에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와 의의가 있을 것이다.

P.S. Final Wars
 - 엄밀히 말하면 정식으로 극장에 가서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이런 식의 감상은 사실 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 일단은 이 영화가 국내에서 모 업체에 의해 수입신청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고,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얻으면 정식으로 극장개봉을 하여 국내 관객들을 찾아 올수 있는 상황이니 만큼... 이왕이면 좋은 입소문을 퍼트리고자 이렇게 글을 작성한다.
  가능하다면, 반드시 국내에서도 개봉 상영되기를 바란다. 현재 수입 되어는 있지만 개봉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Final Wars의 전작 [고지라 모스라 메카고지라=TOKYO SOS]는 그냥 어정쩡한 영화지만, 이 영화는 철저하게 한 가지를 추구하여 그 결과물로 여러 부수적인 변화까지 따라 붙은 것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고지라나 키타무라 감독 팬들 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유치함을 인정할 수 있는 모든 관객들에게 개방될 수 있는 영화로 거듭난 것이다.

 = 쓸데없는 말이 길어 졌지만, 일단 이 영화는 "재미있다." 그거 하난 확실하다. 남녀노소 다 볼 수는 없을 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쿵짝쿵짝 유치뽕빨한 것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정도 도전할 가치도 충분하며, 또 도전한 만큼의 재미는 보장한다. 고지라 팬들이라면 숨은 오마쥬나 여러가지 디테일을 찾는 재미도 있을 것이며, 그 만큼 이 영화는 2시간이란 러닝 타임을 꽉 채우면서 할 것은 다 하고 있다. 이런 정도의 앙상블 연출도 안되었던게 90년대 고지라 시리즈의 대다수인데, 그런 게 고지라라는 캐릭터 이름 빨만으로 2,300만 씩 드는 게 일본이었다.
  일본에서 고지라 영화는 확실히 3,40대의 중년층도 애들 손잡고 가서 보는 그런 안전한 영화였던 것이다. TV 드라마 보듯이 대충대충 참고 봐주는 어딘가 부족한 기성품 영화의 자리로 까지 떨어졌던 것이다. 이런 것을 평성 가메라가 깨부수고 애니메이션 풍의 새로운 영상기법을 도입했다고 한다면, 이번 고지라 파이널 워즈는 거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서 복고와 쌈마이가 결합하는 독특한 뭔가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것이 괴수영화라는 장르와 고지라 시리즈라는 영화 사상 초유의 괴수 캐릭터에게 득이 되었는지 실이 되었는지는 후세가 평가할 일이고.... 고지라 영화를 현세에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다음 세대와 다른 뭔가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 만일 이 영화가 개봉하면 모두들 보러가주자. 정말 영구나 우뢰매 등으로 대표되는 유치함과 다른 뭔가 좀 더 큰 글로벌한 유치함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P.S. : 케인 코스기가 전투기를 타고 X성인의 모선으로 날아가는 장면에서 쇼 코스기 선생이 나오셔서 "케인, 닌자 술법(忍術)을 써라" 라고 말할 것 같았다나(웃음).
P.S. : 미무라 와타루는 매번 재미없는 고지라 각본을 썼는데, 이번엔 각본을 뛰어넘는 키타카와의 쌈마이 혼이 모든 걸 극복해 버렸더라. 대사는 눈물나게 유치하지만 그게 은근히 호연인 X성인 통제관이나 케인 코스기 같은 배우들을 통해서 정말 감동적이 된다나.
by 다인 | 2005/02/24 18:06 | 영상문화매체 잡담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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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7/07/08 00:17

제목 : 고지라 : 파이널 워즈
거듭되는 전쟁과 핵실험, 지나치게 발달한 과학은 지구환경을 어지럽히고, 잠들어 있던 거대괴수들이 깨어나서 날뛰게 만든다. 인류는 서로를 적으로 돌리던 시대를 청산하고, 괴수의 위협에 맞서서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구방위군을 창설한다. 한편, 수년 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특수능력을 지닌 초인류 = '뮤턴트'가 그 존재를 드러내고, 지구방위군에서는 대괴수용전력으로 뮤턴트를 모아, 특수부대 'M기관'을 조직한다. 20XX년, 훗카이도 앞바다에......more

Linked at Purgatorium : 색인.. at 2007/11/25 00:25

... 지라 VS 비오란테 ■ 고지라 2000 밀레니엄 (上) / (下) ■ 고지라X메카고지라 (2005) ■ 고지라X모스라X메카고지라 토쿄SOS ■ GMK 부정론 ■ 고지라 파이날 워즈 ■ 007 카지노 로얄 ■ 공태랑 나가신다 (실사판) ■ 괴수대담 (#1) / (#2) ■ 그루지(Grudge) ■ 기프트 ■ 남극일기 ■ 내셔날 트레져 ... more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5/02/25 08:53
우웃, 이 글을 보니 엄청나게 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
Commented by 백금기사 at 2005/02/25 10:02
솔직히 제 감상문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렇죠. 이 영화 분명히 '재미있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하죠.
Commented by 아프란시샤아 at 2005/02/25 12:26
제작비 25억엔이면 규모로는 B급 영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만...
문제는 이 작품의 관객동원수가 97만명에 흥행수익 10억엔이라는 점이죠...
완전히 망해버리면서 고지라의 전설에 먹칠한건 어쩔 수 없는 일...;;
Commented by 功名誰復論 at 2005/02/25 21:47
버수스와 아즈미로 쌈마이 기타무라에 빠져 버린지라, 이 영화도 정말 보고싶습니다.
Commented by Sion at 2005/02/25 21:59
정말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입니다;ㅁ; 개봉했으면 좋겠어요>_<
Commented by rumic71 at 2005/02/25 23:51
기왕에 막나가는 김에 오다죠만 부를 수 있었어도 더 바랄 나위가 없었을텐데.
Commented by nemesis0 at 2005/02/26 17:02
아프//100만명에 12억엔 아니였나요?...
Commented by 낭만클럽 at 2005/02/26 22:59
극장에서 보지 않은게 후회스러운 감상문입니다.ㅠㅠ
dvd로 발매되면 절대로 빌려봐야할듯.^^
Commented by 아프란시샤아 at 2005/02/27 13:52
nemesis0//약간의 오차가 있겠네요..각 영화잡지마다의 집계가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제가 본 정확한 기록은 97만에 10억엔입니다.
100만이 된 것은 억지로 겨우겨우 채면유지용으로 늘리고 늘린 결과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5/03/11 15:40
솔직히 저의 인상과 큰 차이가 있군요.
저는 "VS스페이스 고지라"와 비해 훨씬 재미없고 G밀레니엄과 비슷한 "中下"라는 인상이었습니다. 원래 괴수총진격을 좋아하지 않았던데다가, 고지라와 인간 사이 괴상한 관계가 저를 무척 신경질나게 만들더군요.
Commented by 다인 at 2005/03/13 13:09
sonnet > 어디에서 재미를 느끼느냐가 문제겠지요. 하지만, 요즘 국내에서도 꼭 재단된 재미가 아닌 부조리적인 재미도 통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잘 먹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불꽃쾌남 at 2005/07/27 00:34
아 케인씨는 원래 연기 잘했고~,.~/ 그 통제관역의 키타무라 카즈키씨가 의외로 조연비중에서 엄청난 열연을 하는 분이시죠!
(우선 주연급 대박은, 돈 프라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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